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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은 테러지원국” 다시 압박 고삐 쥔 트럼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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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은 테러지원국” 다시 압박 고삐 쥔 트럼프

입력
2017.11.21 21:37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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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무부 추가제재에 中기업 포함될 듯

‘北과 주고받기 식 협상 없다’ 의지

평창올림픽 앞두고 北 도발 우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0일 백악관에서 열린 각료회의에서 북한을 테러지원국으로 재지정한다는 발표를 하고 있다. EPA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0일 백악관에서 열린 각료회의에서 북한을 테러지원국으로 재지정한다는 발표를 하고 있다. EPA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20일(현지시간) 북한을 테러지원국으로 9년 만에 재지정하면서 대북 압박의 고삐를 다시 죄기 시작했다. 미 재무부도 21일부터 2주간 북한에 대한 추가 제재와 제재 리스트를 잇따라 발표한다. 여기엔 북한과 거래해온 중국 기업도 포함돼 중국을 겨냥한 세컨더리 보이콧(3자 제재) 압박도 더욱 강도를 높여 나갈 것으로 전망된다.

최근 북한의 도발이 두 달 이상 잠잠해지면서 북한의 비핵화 의지를 탐색하는 국면이 잠시 전개됐으나, 중국 특사로 17일부터 나흘간 북한을 방문한 쑹타오(宋濤) 공산당 대외연락부 부장이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을 면담하지 못한 채 ‘빈손’ 귀국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즉각 ‘준비된 압박’ 카드를 꺼내든 모양새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에 대한 테러지원국 지정을 일찌감치 결정했지만 북한의 변화 가능성 때문에 발표 시점을 미뤄온 것으로 전해졌다. 트럼프 정부가 대북 압박 강도를 급격히 끌어올리면서 북한이 추가 도발로 맞대응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게 돼 내년 2월 개막하는 평창 동계올림픽을 앞두고 한반도의 군사적 긴장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각료회의를 주재하며 “북한은 핵 초토화로 전 세계를 위협하는 것에 더해 외국 영토에서의 암살 등을 포함한 국제적인 테러리즘을 지원하는 행동을 되풀이해왔다”면서 북한의 테러지원국 지정을 발표했다. 그는 또 “재무부가 내일(21일) 북한에 대해 매우 거대한 추가 제재를 발표할 것이며 2주에 걸쳐 이뤄질 것”이라며 “2주가 지나면 제재는 최고의 수준이 될 것”이라고 예고했다.

북한에 대한 제재는 그간 여덟 차례에 걸친 유엔 대북제재 결의를 비롯해 ‘돈세탁 우려국 지정’, 대북제재 강화법 등 미국의 각종 독자 제재로 광범위하게 퍼져 있어, 추가 제재는 주로 북한과 거래하는 중국 등 제3국에 대한 면도날식 제재에 초점이 맞춰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재무부가 제재 대상 리스트를 대폭 확대하면서 유엔 대북 제재 결의를 위반한 중국 기업이나 은행 등을 본보기 차원에서 일부 포함시킬 것으로 보인다.

미 정부가 이날 북한을 테러지원국으로 지정한 것은 9년만이다. 북한은 대한항공기 폭파 사건 직후인 1988년 1월 이후 테러지원국으로 지정됐다가 2008년 10월 테러지원국에서 해제됐다. 그간 북한에 부과된 제재를 고려하면 제재 효과에선 큰 의미는 없지만 미국이 북한 정권을 불량 국가로 낙인찍어 최대한의 압박을 가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준 것으로 풀이된다.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이 “제재 효과는 제한적”이라면서도 “북한이 어떤 국가인지, 얼마나 잔인한지를 보여주는 상징적 조치”라고 말했다. 미국 정부에 의해 김정은은 사실상 국제적인 테러리스트로 공인된 셈이어서 북한의 위상은 그야말로 바닥으로 떨어지게 됐다.

테러지원국 재지정의 상징성에는 북한과 주고받기 식 협상을 하지 않겠다는 의지도 담겼다는 분석이다. 북한이 앞서 테러지원국에서 해제된 것은 2007년 영변 핵시설 불능화 조치시 중유 100만톤 지원과 테러지원국 해제를 대가로 제공키로 한 ‘10ㆍ3 합의’에 따른 것이다. 북한은 그러나 테러지원국 해제 이듬해인 2009년 장거리 로켓을 발사하며 합의를 파기했다. 백악관은 북한의 이런 행태를 근거로 기존 북핵 협상 방식이었던 ‘행동 대 행동’ ‘동결 대 동결’ 식의 협상을 하지 않겠다는 뜻을 여러 차례 밝혀왔다. 북핵 협상의 산물인 테러지원국 해제를 9년 만에 원 위치시킨 것은 북한이 원하는 방식의 협상엔 일절 응하지 않고, 북한이 백기 투항할 때까지 제재와 압박을 가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인 셈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의 대북 특사가 귀국하자마자 테러지원국 지정 조치를 발표한 것도 ‘북한이 달라지려면 아직 멀었다’는 판단을 하고 이를 국제사회에 인식시키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하지만 백악관의 이 같은 접근 방식은 ‘주고받기’가 협상의 속성이라는 점을 간과해 협상 자체를 부인하는 것으로 받아들여질 가능성이 없지 않다. 틸러슨 장관은 “여전히 외교에 희망이 있다”며 북한을 협상 테이블에 앉히기 위한 목적이라고 밝혔으나, 북한에는 ‘대북 적대시 정책’, 즉 ‘레짐 체인지’ 정책으로 인식돼 북한이 협상에 응할 명분이 더욱 옅어질 것이란 지적이다. 북한은 과거에도 테러지원국 지정을 북미대화 재개를 위해 반드시 제거되어야 할 적대시정책으로 보며 민감하게 대응해왔다. 이를 재지정한 것은 실상 백악관이 ‘대화’의 공간을 극단적으로 최소화한 것으로 해석될 수 있는 것이다. 실제 국무부는 ‘북한의 정권 교체를 추구하지 않는다’ 등 ‘4NO’ 입장을 여러 차례 밝혔지만 백악관은 이를 확인한 적이 없다. 앤드류 여 미국 가톨릭대 교수는 월스트리트저널(WSJ)과의 인터뷰에서 “북미 관계 정상화 가도에 추가적인 장애물을 만들어 외교적 관여의 또 다른 문을 닫고 있다”고 우려했다.

워싱턴=송용창 특파원 hermeet@hankooki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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