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GO 등 민간기구의 인도적 지원은 가능
20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북한에 대한 테러지원국 재지정 결정은, 1950년 한국전쟁 이래 미국이 취해온 대북 교역 및 금융거래 전면 금지(적성국 교역법),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북제재 결의 등으로 촘촘하게 이뤄지고 있는 미국의 대북 제재의 완결판으로 해석된다. 실질적 제재효과는 기존과 크게 다르지 않지만, 장기적으로 비핵화 협상에서 북한의 협상력을 약화시킬 수 있는 조치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미 국무부가 북한을 테러지원국으로 지정해 제재하는 법적 근거는 수출관리법, 무기수출통제법, 대외원조법이다. 이에 따라 미국 정부는 ▦북한에 대한 대외 원조 제한 혹은 금지 ▦미국 수출입은행의 자금지원 금지 ▦컴퓨터 등 군수로 전환될 수 있는 이중용도 품목 대북 수출 통제 ▦세계은행 등 국제금융기구의 대북 차관 제공에 대한 반대 등의 조치를 취해야 한다. 대체로 기존 제재의 연장선상이다.
주목할 부분은 북한의 국제금융기구 가입을 반대하고 지원을 금지시키도록 한 조치다. 국제사회 제재를 받았던 국가들이 국제사회로 편입하기 위해서는 국제통화기금(IMF) 및 세계은행(WB) 등 국제금융기구 가입 및 자금지원, 미국과의 무역협정 체결이 필수적이다. 그러나 테러지원국으로 지정되면 북한은 비핵화 협상 이후 국제사회로 복귀하는 절차가 까다로워지게 된다. 반대로 미국은 협상 과정에서 이를 레버리지로 활용할 수도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실제 북한은 1990년대 ‘고난의 행군’시기를 거치며 국제기구의 장기ㆍ저리 자금 도입에 관심을 가져, 아시아개발은행(ADB)에 가입신청을 하기도 했고, IMF와 WB 가입에도 비공식적으로 관심을 가진 적이 있다. 다만 테러지원국으로 지정된다고 해도, 비정부기구(NGO)의 인도주의적 대북 지원은 영향을 받지 않는다.
고명현 아산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북한을 테러지원국으로 재지정하면서 오토 웜비어의 사망을 근거로 제시한 것은 미국 국내정치적 목적이 크다”면서도 “북한이 테러지원국에서 해제를 목표로 한다면 웜비어 부분 역시 미국민이 납득하도록 해명해야 하므로 상당한 부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장형수 한양대 경제금융학부 교수는 “북한이 관심 있는 것으로 알려진 중국이 주도하는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가입 여부도 미국과 일본이 주도하는 WB 가입 등과 연계돼 있다”며 “단기적 제재 효과는 크지 않겠지만, 미국이 장기적으로 대북 협상력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왕구 기자 fab4@hankookilbo.com 권민지 인턴기자(경희대 신문방송학과 졸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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