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사랑방 밀집지역 속출하며 기초질서 위반 사례 눈살
문화와 언어 등 차이 극복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 마련 시급
국제화 바람이 불고 있는 대구에 외국인들의 사랑방 역할을 하는 밀집지역이 속속 생겨나고 있으나 기초질서 위반과 소음, 문화적 차이 등 이유로 지역사회와 겉돌고 있다. 문화와 언어, 국민성 차이 등으로 지역 주민과 갈등을 빚고 있는 외국인들이 정착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마련이 시급하다.
대구 중구 종로거리에는 중국인, 남구 미군부대 인근에는 미군과 미군속이 활보하던 모습은 상대적으로 많이 줄어들었지만 서구 북부정류장 인근과 성서 이마트 및 와룡시장 일대는 동남아인들의 유입으로 새로운 외국인 거리가 생겼다. 북부정류장 안쪽에는 중국과 인도, 동남아인이 운영하는 음식점과 잡화점이 널려있어 주말마다 구미와 칠곡 지역에서 일하는 외국인 근로자들로 붐비고 있다.
인근 주민 손경식(47ㆍ자영업)씨는 “주말이면 북부정류장 인근은 차이나타운과 같은 분위기”라며 “주위에 아랑곳하지 않고 큰 소리로 떠드는 모습을 보면 선뜻 다가서기 어렵다”고 말했다.
대구 성서 이마트와 와룡시장도 주말이면 동남아 근로자들로 꽉 찬다. 상점 앞에 무리를 이뤄 담배를 피우거나 술과 음료수를 마시는 광경에 행인들의 시선이 곱지는 않지만 아랑곳하지 않는다.
기초질서 위반도 다반사다. 최근 대구 달서구 성서경찰서 바로 앞. 동남아 출신의 외국인 근로자 4명이 경찰관이 있는데도 편도 2차선 도로를 무단횡단했다. “거기 위험해요. 돌아가세요.”라는 경찰관의 고함에도 아랑곳없었다. 외국인 범죄를 담당했던 한 경찰관은 “외국인이라고 다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니지만 한국문화를 잘 모르는 일부가 무리를 지어 다니면서 위화감을 조성한다”며 “상당수 외국인 근로자들은 기초질서를 어겨도 과태료나 벌금은 내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외국인 근로자들도 할 말이 있다. 한국 생활에 필요한 정보도 교환하고 서로 돕기 위해 주말이면 자국 음식점이 밀집한 지역에서 만나고 있으나 정착 기간이 짧거나 자국에서도 문제가 있었던 일부가 소란을 피운다는 것이다.
16년째 한국에서 일하는 스리랑카 출신의 루안(45)씨는 “일부의 일탈행동을 모두 문제 있는 것으로 매도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며 “대구 생활의 경험을 나누다보면 문화적인 차이도 극복하게 된다”고 말했다.
외국인 근로자들은 대구인력지원센터에서 업무적인 도움을 받을 수 있으나 문화적 차이를 극복하기에는 역부족이다. 대구에는 2016년 기준으로 외국인 근로자 1만1,701명, 결혼이민자 4,549명, 유학생 2,852명, 외국 국적 동포 2,330명, 기타 외국인 7,850명 등 우리나라 국적을 가지지 않은 외국인이 2만9,282명, 혼인귀화자 2,352명, 기타 국적취득자 842명, 외국인 주민자녀 6,423명 등 모두 3만8,899명이 생활하고 있다. 이는 대구 인구 246만6,052명의 1.58%를 차지하고 있다.
국적별로는 중국 7,138명, 베트남 8,132명, 중국동포 5,559명, 필리핀 2,490명, 인도네시아 2,033명, 캄보디아 1,308명, 태국 1,198명 순이다.
대구외국어대 최미경(한국어) 교수는 “동남아인들이 우리나라 관습과 법을 잘 몰라 오해와 편견이 많다”며 “지역사회에 동화될 수 있도록 교육 차원의 지도와 법 교육도 함께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민규기자 whitekm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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