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흑인 인권운동가로 1980년대 민주당 대선 경선 후보였던 제시 잭슨 목사(76)가 파킨슨병 진단을 받고 투병 중인 사실을 공개했다.
20일(현지시간) 시카고트리뷴 등 외신에 따르면 잭슨 목사는 19일 친구와 지지자들에게 띄운 공개편지에서 “3년 전부터 징후를 느끼다 최근 병원에서 파킨슨병 진단을 받았다”고 밝혔다.
그는 공개편지에서 “일상적으로 해왔던 일들을 하기가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며 “선친도 앓았던 파킨슨병 증상이 점차 악화돼 심신이 고통스럽다”고 토로했다. 그는 그러나 “파킨슨병 진단이 ‘대외활동 중단'을 뜻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단지 병세 악화를 막기 위해 생활습관을 바꾸고 물리치료를 열심히 받으라는 신호로 받아들이겠다”고 밝혔다.
잭슨 목사는 20대 중반이던 1966년 시카고로 이주해 목사 안수를 받고, 흑인 인권운동 조직화에 투신했다. 그는 공개편지에서 "1960년 7월 17일 7명의 대학동료와 함께 고향 사우스캐롤라이나 그린빌의 공공도서관 앞에서 (흑인도)도서관을 이용할 권리를 달라고 시위하다 난생 처음 경찰에 체포됐다. 내 일생을 바꿔놓은 이 일이 마치 어제 일만 같다"며 "그 경험으로 나는 옳은 이유로 투옥되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게 됐다"고 당시를 회고했다.
이후 그는 1984년 미국 대통령 선거를 위한 민주당 경선에 처음 출마했으나 월터 먼데일(89), 게리 하트(80)에 이은 3위에 그쳤고, 1988년 재도전해 30%에 달하는 득표율을 기록했으나 마이클 듀카키스(84)에게 패했다.
1980년대 이후 '미국 흑인들에게 가장 신망 받는 흑인 지도자로 손꼽혀온 잭슨 목사는 그러나 2001년 여성보좌관과 사이에 혼외자녀를 둔 사실과 흑인 고용을 문제 삼아 불매운동을 벌이던 맥주회사로부터 대리점 운영권을 받은 일이 알려지며 업적이 퇴색됐다. 2010년대 들면서 일부 언론은 잭슨 목사에게 "시대에 뒤떨어진 인종주의를 지나치게 이용한다"는 지적을 제기하기도 했다.
이태무 기자 abcdef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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