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도 정부 예산안 심사를 놓고 여야의 기 싸움이 점입가경이다. 부처별 예산안 감액 심사가 진행 중인 국회 예결특위 예산안조정소위에서는 때 아닌 역사 논쟁이 불 붙는가 하면 여야 의원들끼리 언성을 높이며 얼굴을 붉히는 일도 다반사다. 다만 ‘셀프 긴축’에 나선 이정도 청와대 총무비서관에 대해선 여야 공히 “진정성 있는 인물”이라며 추켜 세워 눈길을 끌기도 했다.
여야는 예산 심사장 곳곳에서 정쟁을 이어가고 있다. 국가보훈처가 50억원으로 책정한 상하이 임시정부 100주년 사업을 두고 건국절 논란이 불거진 게 대표적이다. 자유한국당 간사인 김도읍 의원이 “예산이 통과되면 좌우 간의 엄청난 격돌이 일어날 것”이라고 전액 삭감을 주장하자, 더불어민주당 간사인 윤후덕 의원은 “예산 심사 중에 왜곡된 정파적 관점을 드러내는 데 경악을 금치 못하겠다”고 반박했지만 끝내 사업 심사는 보류됐다.
통일부가 2억2,000만원을 편성한 통일국민협약체결 사업에서도 여야는 격돌했다. 야당 의원들은 민주평통자문회의 사업과 중복돼 예산 낭비이며 국론 분열도 우려된다고 주장했다. 황주홍 국민의당 의원은 “평지풍파를 일으키려는 거 아니냐. 대통령한테 잘 보이기 위해 하는 거 아니냐”고 비판했고, 여당 의원들은 통일에 대한 사회적 합의 도출이 필요하다며 옹호했다. 여야가 이념 공방으로 흐를 조짐을 보이자 해당 사업 심사도 역시 보류됐다.
그러나 청와대 예산심사는 이정도 총무비서관의 활약상으로 야당의 매서운 칼질을 피해갈 수 있었다. 청와대가 쌍방향 국정 홍보 시스템 구축 사업 예산 증액을 보고하자 야당은 타당성을 따져 물으며 반대 의견을 제시했다. 그러자 이 비서관이 “구입하기로 한 영상 소모품 2개, 3개를 과감히 하나로 줄여 6억원 정도를 절감하겠다”고 선제적으로 자세를 낮췄다. 이에 까칠했던 야당 의원들조차 “먼저 삭감하겠다는 기관은 처음인 것 같다”거나 “진정성은 인정한다”는 칭찬이 이어졌다. 비서실 및 국가안보실 기본운영경비 예산 관련해서도 이 비서관이“자동차 한 대 구입하는 걸 한 해 미룰 수밖에 없다”며 설득해 야당은 당초 결정한 5억원 삭감 내역을 보류시키기도 했다.
한편 여야는 최근 정치권을 강타한 특수활동비 논란을 의식해 여야는 내년도 국회 특수활동비 3억원을 삭감하는 데는 한목소리를 냈다. 강윤주기자 kka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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