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내 한 대학의 성악을 전공하는 A모(21)씨의 학교 생활은 순탄치 않다고 했다. 내신이나 수능 점수가 입시에서 상대적으로 적은 비중을 차지하는 학과란 게 이유였다. 차별도 노골적이었다. 다른 학과 학생들과 함께 한 술자리에선 “너랑 우리는 같은 학교가 아니지. 우리는 공부해서 들어온 거잖아”란 편견 섞인 이야기까지 들었다. A모씨는 “이 학교에서 성악을 제대로 공부하고 싶어서 재수까지 했는데, 내 노력을 마음대로 평가하는 게 불쾌했다” 고 말했다.
예체능 학생들이 차별과 왜곡된 시선에 불편함을 호소하고 있다. ‘대학을 쉽게 왔다’거나 ‘그냥 시집 가려고 선택한 전공이 아니냐’는 모욕적인 이야기를 듣는 것도 예삿일이다.
서울의 한 사립대에서 공연영상창작학부를 전공 중인 이모(23)씨는 “정말 미술이 하고 싶어 미술 전공을 선택했음에도 ‘공부는 하기 싫고 좋은 대학은 가고 싶은 애’라는 오해를 받아왔다”고 토로했다.
학업적인 측면에서 열등생으로 취급하는 경우도 흔하다. ‘사칙 연산 할 줄 아느냐?’, ‘본인 이름을 영어로 쓸 줄 알아?’ 등과 이야기도 수시로 듣는 악의 섞인 농담들이다. 체육 전공생인 A모(23)씨는 교양수업 조별과제에서 다른 조원들로부터 “그냥 아무것도 안 하셔도 된다”는 통보까지 받은 적도 있다고 했다.
심지어 일부 교수들까지 예체능 학생들에 대한 편견 대열에 합류하고 있다. 서울 도곡동에 거주하는 김모(24)씨는 “연극영화과 학생들의 비율이 높은 교양 수업을 들은 적이 있는데, 담당 교수가 ‘수준 높은 수업을 하고 싶었는데 연영과 학생들이 너무 많아서 적당히 하련다’라고 했던 적도 있었다”며 “무용학과 학생들에게 ‘자세가 예쁘다’, ‘얼굴이 작다’ 며 외모 품평을 남발하는 교수들도 있다”고 꼬집었다.
예체능 학생들 대한 이런 그릇된 시선은 ‘실기로 들어오는 전공’생 이란 편견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서울 혜화동의 한 사립대에 재학중인 김모(22)씨 는 “수능 점수가 타과 학생들보다 낮으면 노력도 타과 학생들보다 덜 했을 거라고 생각하는 게 일반적이다”며 “그렇기 때문에 함부로 대하는 문화가 있는 것 같다”고 전했다. 같은 학교에 재학중인 이모(28)씨도 “국영수 위주의 평가에 익숙해진 학생들이 성인이 돼서도 그 습관을 버리지 못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이젠 판에 박힌 평가 방식의 풍토를 바꿔야 된다고 조언하고 있다. 구정우 성균관대 사회학과 교수는 “아직도 우리 사회는 표준화된 점수로 사람을 판단하려 하는 획일적인 가치관에 갇혀있는 것 같다”며 “교육은 한 가지 방식이 아니라 다양한 방식으로 이루어졌을 때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다. 다른 능력을 갖고 있는 사람들을 인정하고 받아들여야 하는데 우리 사회는 아직 그게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유지윤·박주영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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