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란법 위반 선처받은 760만원짜리 선물
정년퇴임 의대 교수에 골프채
검찰 “과거 관행” 기소유예 처분
정년 퇴임기념 선물로 수백만원대 골프채세트를 주고 받은 서울대병원 교수들이 부정청탁및금품수수금지법(김영란법) 위반 혐의로 기소유예 처분을 받았다.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부장 홍승욱)는 서울대병원 퇴임 교수 M(65)씨와 후배 교수 17명에 대해 지난 17일 기소유예 처분했다고 21일 밝혔다. 기소유예는 범죄혐의 사실은 인정되나 범행 동기나 죄질, 전후 사정 등을 고려해 재판에 넘기지 않는 것으로, 쉽게 말하면 수사기관의 ‘선처’다.
M씨는 정년 퇴임을 두 달 앞둔 지난해 12월 서울대병원 후배 교수 17명이 1인당 70만원씩 모은 돈 일부로 구매한 760여만원짜리 골프채세트를 퇴임기념 선물로 받았다. 검찰 조사에서 서울대병원 교수들은 정년 퇴임하는 교수들에게 돈을 걷어 선물하는 게 관행이었다고 밝혔다.
검찰은 한 명당 70만원씩 낸 후배 교수들도 ‘1회에 100만원 초과 금품의 제공을 금지’하는 김영란법 조항을 위반했다고 봤다. 검찰 관계자는 “국민권익위원회 해설집 등을 참고해 돈을 모아서 선물한 각 교수들을 합쳐서 ‘동일한 1인’ 개념으로 판단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검찰은 최근 검찰시민위원회에서 위원 다수가 “기소유예 처분이 타당하다”고 권고했기 때문에 이를 따랐다고 밝혔다. 김영란법 위반은 인정되지만 정년 퇴임을 두 달 앞둔 교수에게 과거 관행에 따라 퇴임기념 선물을 한 사정과 M교수가 선물 가액 전부를 돌려준 점, 30년간 병원에서 재직하다 정년 퇴임을 앞두고 받은 점 등이 참작됐다고 한다. 검찰 관계자는 “벌금형으로 약식기소하자는 소수 의견도 있었으나 다수 의견을 수용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서울 혜화경찰서는 올해 4월 “700만원이 넘는 고가 선물은 상식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사회상규’가 아니다”라며 18명 전원을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손현성 기자 hsh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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