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과 사를 가르는 시간을 숙명처럼 마주해야 하는 소방관들이 그 절체절명의 구조구급 현장에서 느끼는 희로애락을 모아 책으로 엮어냈다.
광주시 소방안전본부가 21일 발간한 스토리 북 ‘광주 119 이야기’에는 이 지역 소방공무원 102명의 생생한 체험담과 수기가 실려 있다. 소방안전본부가 8월부터 광주시 소방공무원을 대상으로 실시한 스토리텔링 공모에서 입상한 16개 작품을 포함해 모두 102개 응모작을 하나로 모아 놓은 것이다.
희로애락 4가지 에피소드로 나뉜 책은 소방관들이 구조현장에서 곤경에 처한 일, 아비규환 현장의 위험 앞에서 느낀 두려움과 용기, 그리고 기적 같은 구조 후 생존자를 만난 벅찬 감동의 순간들이 절절하게 녹아 있다. 또 세월호 유가족들이 머물던 전남 진도 팽목항으로 구급차량 지원에 나섰던 대원의 잊지 못할 이송의 시간, 현장에서 사고를 입고 사지에서 돌아온 동료를 맞은 소방관의 바람, 소방관 업무를 벗어난 다양한 요청 등 길고 짧은 이야기들이 소방관들의 하루를 고스란히 전달하고 있다.
이번 공모에서 대상 수상자는 2014년 7월 17일 세월호 참사 지원 활동 후 복귀하던 강원소방헬기가 추락해 동료 5명을 잃은 아픔을 애절하게 읊어낸 광주 119특수구조단 박형주 소방장이었다. 사고 당시 현장에 가장 먼저 도착했던 그는 책에서 당시 상황을 이렇게 썼다. “’강원소방헬기 탑승자 5명 추정’이라고 잠시 후 들려온 무전. 생각하기도 싫었던 그 메아리 뒤에, 정적을 깨고 ‘헬기 완파ㆍ전소, 생존자 없음’이라는 무전이 울리는 순간, 꾹 눌러 참고 있던 눈물이 터졌습니다.”
시 소방안전본부는 출간된 책 중 일부를 전국에 있는 소방 관련 학과와 도서관 등에 무상 보급하고, 소방서 민원실 등에 비치할 예정이다. 김조일 소방안전본부장은 “이 책에 실린 광주 소방관들의 애환과 감동과 아쉬움 등 102개 이야기가 소방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며 “전ㆍ현직 소방공무원과 가족, 미래 소방관을 꿈꾸는 이들에게 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광주=안경호 기자 kha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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