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물이 나와서 참았던 적이 한 두 번 아니었어요.”
배우 손호준(33)도 많이 울었던 모양이다. 눈물이 많은 편이 아니라던 그는 지난 18일 종방한 KBS 드라마 ‘고백부부’ 촬영 때마다 눈시울을 적셨다. 이 드라마는 이혼한 부부가 우연히 18년 전 스무 살로 돌아간다는 뻔한 설정을 지녔지만, 그 속에 그려지는 가족애만큼은 가슴 뜨듯한 감동을 선사했다. 시청률은 7%대로 저조했으나 마니아층이 많았던 이유다.
20일 서울 합정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손호준은 “쫑파티 때 저와 맥주잔을 들고 건배를 하던 김미경 선배님만 봐도 눈물이 날 것 같았다”며 감회에 젖었다. 과거로 돌아가 세상을 떠난 장모님(김미경)을 만나게 되는 설정이었으니 남다른 감정이 복받칠 수밖에.
38세 제약회사 영업사원 최반도(손호준)가 아내 마진주(장나라)와 함께 1999년 과거로 간다는 내용은 기대만큼 마냥 코믹하진 않다. KBS 예능국에서 만든 드라마치곤 가슴 절절한 사연들이 눈물샘을 자극한다. 손호준도 마찬가지였다. 과거로 돌아가 신장염으로 투석 치료중인 장모를 만나고, 엄마를 걱정하며 눈물로 밤을 새는 진주를 대하는 장면에선 “자꾸 눈물이 흘러” 카메라를 제대로 응시하지 못했다.
마지막 회에서도 손호준의 눈시울이 붉어진 장면이 있다. 그가 장나라에게 “다 잊고 여기서 엄마랑 살아”라고 말하는 대목이다. 손호준은 “(아들)서진이는…”하는 장나라의 말에 자꾸 눈물이 나서 아예 상대방의 얼굴을 외면하고 대사를 했다.
현재의 직장인 최반도를 연기할 때는 단단해져야 했다. 가정 불화 속에서도 거래처 병원 관계자들을 만나 접대하고, 아내에게도 힘든 내색을 하지 않는 30대 가장의 모습을 그려갔다. 손호준은 자신의 아버지를 떠올렸다. 손호준의 아버지는 35년 동안 군인으로 복무했다. “반도가 한국의 대표적인 가장의 모습을 표현했다고 생각해요. 제 아버지만 해도 직장에서의 일을 한 번도 얘기하신 적이 없어요. 힘든 일이 왜 없으셨겠어요? 가장이 무너지면 집안이 무너진다고 생각하신 것이겠죠.”
“아버지의 모습을 늘 봐 온” 손호준은 스무 살 대학생보다 현재의 직장인을 연기하는 게 더 “편했다”고 말했다. 손호준의 연기는 4년 전 tvN 드라마 ‘응답하라 1994’의 해태보다 더 성숙해졌다. 구수한 전라도 사투리를 쓰던 철부지 해태가 가정의 소중함을 깨달아 가는 가장 반도로 성장한 느낌이다.
“지금 배우가 되어가는 단계라고 생각합니다. ‘응답하라 1994’의 신원호 PD님 덕분에 저를 배우로서 대중에라는 알리게 됐지만, 이제는 스스로 공부해서 성장해야 하는 단계에 이르렀다고 생각해요. 그러니 꼭 주인공을 연기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해요.”
강은영 기자 kis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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