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반기 적발 3703억으로 최대
지난해 상반기보다 14%나 증가
피해금 환수율은 4%로 줄어
적발 땐 10년 이하 징역 특별법
사기 보험금의 환수조항은 없어
반환 위해선 별도 소송 제기해야
직업이 없는 박모(56)씨와 가족 5명은 2009년부터 고액의 입원 보험금을 받을 수 있는 보장성 보험만 30여개를 가입했다. 이후 박씨 가족은 가벼운 질병을 핑계로 입원과 퇴원을 반복하며 16개 보험사에 보험금을 청구했다. 지난해까지 박씨 가족이 이런 수법으로 챙긴 보험금은 7억5,000만원이나 된다. 보험사기를 의심한 보험사는 박씨 가족에 대한 경찰 수사를 의뢰했지만 1년여가 지나도록 수사는 별 진전이 없는 상태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심평원)에 박씨 가족의 입원이 적정한 지에 대한 판단을 요청한 경찰도 답답하긴 마찬가지다. 경찰 관계자는 “수 차례 문의했지만 ‘작년에 접수된 분석 신청 사건도 완료가 안됐다’는 답변만 돌아왔다”고 말했다. 보험사 관계자는 “수사가 이뤄지지 못하면서 보험료 환수는 생각도 못하고 있다”고 밝혔다.
매년 증가하고 있는 보험 사기를 막기 위해 지난해 보험사기방지특별법이 시행됐지만 보험사기는 좀처럼 잦아들지 않고 있다. 더구나 보험 사기를 적발해도 부당하게 지급된 보험금을 환수하긴 쉽지 않아 결국 선량한 보험 가입자의 피해만 커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0일 금융당국과 보험업계에 따르면 보험사기에 대해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 벌금을 부과하는 등 처벌을 대폭 강화한 보험사기 방지 특별법이 지난해 9월 시행됐다. 그럼에도 올 상반기 보험사기 적발 금액은 무려 3,703억원에 달했다. 반기 기준으론 역대 최대 기록이다. 특히 허위ㆍ과다 사고로 인한 금액은 법 시행 전인 지난해 상반기보다 13.8%나 늘었다.
이에 따라 현장에선 보험사기 방지 특별법이 시행 1년 만에 유명무실해 졌다는 평가가 적잖다. 특별법이 실효성을 가지려면 보험사기로 취득한 보험금을 환수하는 조항이 추가돼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김희경 생명보험협회 보험범죄방지팀장은 “형사재판 확정판결까지 1~5년이 걸리는데다 유죄 판결이 나더라도 보험금을 반환 받으려면 별도의 민사소송을 제기해야 한다”고 말했다.
실제 보험사기 피해 금액은 늘고 있는 반면 보험금 환수율은 2013년 이후 매년 떨어지고 있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김한표 의원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받은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보험사기 피해금 환수율은 적발액의 4.07%에 그쳤다.
보험범죄 수사기관과 심평원이 신속하게 입원 적정 여부를 의뢰ㆍ심사할 수 있는 기반을 구축해야 한다는 주문도 나온다. 수사 기관은 보험계약자 등의 입원이 적정한지 여부를 심평원에 의뢰할 수 있지만 실제로는 심평원의 고유업무인 건강보험 심사만도 인력이 부족해 신속한 회신이 어려운 상태다.
가장 큰 문제는 보험사기로 인한 부담이 결국 선량한 보험가입자에게 전가되고 있다는 데에 있다. 보험연구원은 내지 않아도 될 보험료가 보험 범죄로 인해 가구당 연간 23만원(개인당 9만원)이나 추가 납부되고 있는 것으로 추정했다.
곽대경 동국대 교수는 “보험사기가 늘어나면 보험사는 비용을 상쇄하기 위해 보험료를 인상하게 되는데 이 피해는 결국 선량한 보험가입자에게 돌아가게 된다”며 “적발된 사람에 대해선 엄하게 처벌하는 한편 보험사기 취약 계층을 대상으로 한 예방 교육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허경주 기자 fairyhk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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