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정청, 공수처 설치 잰걸음
여당 “공수처장, 국회서 1명 추천”
한국당 “야당 추천 후 대통령이 임명”
양측 이견 좁히기 산 넘어 산
여권이 20일 고위 당ㆍ정ㆍ청 회의를 열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립에 속도를 올리기 시작했지만 넘어야 할 고비는 한두 개가 아니다. 더불어민주당은 일단 10월 발표됐던 법무부 공수처 설립안 및 의원 발의안을 중심으로 논의를 시작한다는 계획이지만 공수처 권한ㆍ규모를 놓고 여권 내부 및 여야 간 입장 차이를 어떻게 좁힐지가 우선 관건이다.
공수처 설립 논의의 중심이 될 법무부 안은 수사 대상 고위 공직자를 대통령, 국회의장, 대법원장 등은 물론 국가공무원법 상 정무직 공무원, 판사, 검사, 경무관급 이상 경찰공무원, 전직 장성급 장교 등으로 규정하고 있다. 공수처 처장은 국회에 둔 추천위원회에서 2명을 추천하고, 국회의장과 교섭단체 협의 뒤 국회에서 1명을 선출하면 대통령이 임명하는 방식이다. 다만 협의가 이뤄지지 않을 때 국회의장이 2명을 추천해 대통령이 1명을 지명하고 인사청문회를 거쳐 임명하는 방식으로 돼 있다.
법무부 안은 지난 9월 공개된 법무ㆍ검찰개혁위원회 권고안의 공수처 권한이나 규모를 그나마 축소한 방안이다. 법무ㆍ검찰개혁위 권고안은 검사 등 고위 공직자의 모든 범죄 수사가 가능하게 열어놓았다. 공수처 검사의 임기도 6년에 연임이 가능하도록 해 제한이 없었다. 수사 규모도 ‘검사는 최대 50명, 수사관은 최대 70명’ 등 최대 120명까지 둘 수 있는 이른바 ‘매머드 공수처’를 제시했다.
반면 법무부 안은 공수처 검사를 25명, 수사관 30명, 직원 20명 이내로 해 규모를 줄였고, 검사 임기도 3년, 3회만 연임 가능하도록 제한했다. 또 비리 검사 수사 범위는 ‘직무 관련 대상범죄’로 국한했고, 인지 수사 범위도 직무범죄 수사 과정 인지 중 ‘직접 관련범죄’로 단서 조항을 달았다. 당시 법무부는 “국회 통과가 어려운 개혁위 안을 그대로 끌고 갈 수 없어 조속한 출범을 위해 조정한 측면도 있다”고 설명했다.
민주당은 법무부안을 두고 법무ㆍ검찰개혁위 일각에서 검찰개혁 후퇴라고 비판이 나오는 지점을 고민 중이다. 여당 내부에서도 일부 검찰 출신 의원을 중심으로 공수처 반대 기류가 존재한다.
가장 큰 난관은 야당과의 의견 조율이다. 민주당은 물론 국민의당, 바른정당, 정의당은 공수처 설립 자체에 찬성하고 있지만 각론에 있어서는 이견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자유한국당의 경우 “여권이 추진하는 공수처 법안은 전면적으로 거부한다. 다만 한국당 법사위원을 중심으로 검찰을 수사할 수 있는 견제기관을 설립해야 한다는 데 뜻이 모아지고 있다”(20일 장제원 수석대변인)고 밝혀 향후 논의 과정에서 어떤 태도를 보일지 관심이다.
한국당의 경우 우선 공수처장을 야당이 복수로 추천하고 대통령이 이 가운데 한 명을 임명하도록 하는 조건을 내세웠다. 또 공수처 소속 검사 선발, 인사권도 공수처장이 전권을 행사하도록 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당장 문재인 정부가 추진하는 공수처법은 거부하지만, 야당이 제어할 수 있는 조항이 포함되면 논의를 해볼 수 있다는 뜻이다.
이에 민주당은 우선 21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법안심사제1소위원회 논의를 기점으로 여야 간 접점을 찾는다는 계획이다. 강훈식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정치적 중립성 및 독립성에 대한 우려를 해소하기 위해 열린 마음으로, 탄력적으로 야당과의 논의에 임하겠다”고 밝혔다.
정상원기자 orno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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