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끼리 감염 단서 포착
‘제2 스페인 독감’ 전망도
조류인플루엔자(AI)를 경계하는 것은 동계올림픽을 앞둔 평창 만이 아니다. 중국발 변종 AI 바이러스가 세계적으로 확산되고, 또 사람끼리 감염 가능성이 우려된다는 외신 보도가 잇따르고 있다.
19일(현지시간)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현재 가장 큰 위협은 중국 내에서 번지고 있는 조류인플루엔자(H7N9) 변종 바이러스이다. 2013년 중국에서 시작된 H7N9 바이러스 감염 파동은 이후 각종 변종이 등장하면서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지난해 10월 불거진 H7N9 5차 감염 파동으로 확진 판정을 받은 사람은 1,600명, 이 가운데 무려 40%가 숨졌다. 일부 사례에서는 가금류 외에 인간과 접촉을 통해 감염된 단서도 포착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미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9월 H7N9 바이러스가 조류에 치명적으로 변모했으며 이는 사람에게도 보다 쉽게 감염될 가능성을 높여줬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문제는 바이러스 변종이 많아진 탓에 백신 개발이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는 점이다. 미국 등에서 사용되는 백신은 2013년 파동 당시 저병원성 균주에 기반을 두고 만들었는데, 올 들어서는 고병원성 바이러스가 증가하고 있다. 미 위스콘신대 연구팀은 지난달 H7N9 변종이 흰담비를 감염시키고, 이들 사이의 전염도 가능하다는 보고서를 내놨다. 신문은 “흰담비는 인간과 비슷한 바이러스 반응을 보인다는 점에서 공중보건에 좋지 않은 신호”라고 전했다. 미생물학자들은 1918년 발생한 스페인 독감처럼 앞으로 수백만명이 사망하는 대유행을 일으킬 바이러스로 AI를 지목하고 있다.
AI 확산 위험이 커지고 있지만 중국 당국은 관련 사실 공개를 꺼리고 있다. 지난달 안후이(安徽)성과 앞서 8월 구이저우(貴州)성에서 고병원성 H5N6 바이러스가 발견됐다는 농업부 발표가 최근 보도의 전부다. 중국 정부가 작년 10월 H7N9 5차 감염 파동 때 공표한 확진ㆍ사망자 규모도 각각 429명, 99명으로 서방 보건당국의 예상치보다 적었다. 사람 간 감염 역시 없다는 게 중국 정부의 입장이다.
베이징=양정대 특파원 torch@hankookilbo.com
김이삭 기자 hir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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