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송부 기한 데드라인까지 공방
3당 간사 협상 테이블도 없어
여야 지도부는 책임전가 급급
청와대 21일 임명 강행 방침
문재인 대통령의 재송부 요청에도 불구하고 홍종학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의 국회 인사청문보고서 채택이 20일 끝내 무산됐다. 여야는 이렇다 할 협상 노력조차 기울이지 않았고, 청와대는 21일 임명을 밀어붙일 것으로 보인다. 여야 공히 정치력 부재 속에 하반기 정국 대치는 더욱 가팔라질 것이란 전망이다.
홍 후보자에 대한 청문보고서 재송부 기한 데드라인인 이날 여야는 머리를 맞대기는커녕 공방만 벌였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는 전체회의를 열었지만 홍 후보자 보고서 채택 논의는 안건에 상정조차 되지 않았다.
특히 최전선에서 협상에 나서야 할 여야 3당 간사가 모두 자리를 비우면서 애당초 협상 테이블은 마련되지 못했다. 여당 간사인 홍익표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추미애 대표의 방미 수행에 나섰다가 21일 뒤늦게 귀국하느라 이날 회의에 불참했다. 야당 간사인 손금주 국민의당 의원 역시 개인 일정을 이유로 이번 주 내내 해외에 체류 중이고, 이채익 자유한국당 의원 역시 울산 지역구에 머물며 회의장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이 의원실 관계자는 “다른 당 간사들이 다 해외에 나가 있는데 우리 혼자 나가서 뭐하냐”고 반문했다.
여야 지도부 역시 기 싸움만 벌이며 책임 전가에 나섰다. 우원식 민주당 원내대표는 최고위원회의에서 “우리 경제 혁신과 상생을 위한 경제 생태계 구성의 컨트롤타워인 부처를 방치하는 것은 국회의 도리가 아니다”며 야당의 보고서 채택 거부를 비판했다.
반면 정우택 한국당 원내대표는 “정부 여당이 예전과 다르게 최근에는 오기정치를 하는 것 같다”고 쏘아 붙였고,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도 “홍 후보자 한 사람을 얻고 모두가 등 돌리는 일은 하지 않기를 상식의 이름으로 건의한다”고 청와대에 임명 철회를 요구했다.
여야의 양보 없는 치킨 게임 속에 청와대는 홍 후보자를 임명하겠다는 방침이다. 무엇보다 1기 조각을 더는 늦출 수 없다는 의지가 강하다. 여권 관계자는 “야당의 연계전략에 응해주기 시작하면 끝도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야당이 홍 후보자 임명을 예산과 입법, 이진성 헌법재판소장 후보자와 감사원장 인선 등 사실상 모든 현안과 연계시키고 있어 청와대와 여당 입장에서는 이만 저만 걱정이 아니다.
한국당은 당초 홍 후보자 임명 시 예산안 심사 보이콧까지 검토했지만 실익이 없다는 판단 하에 한발 물러섰지만 ‘물귀신 작전’을 벼르고 있다. 김선동 원내수석부대표는 “원인제공은 늘 정부·여당에서 하는데 거기에 대고 우리가 뭐 연계 투쟁이네, 보이콧이네 하며 스타일 구길 필요가 없다”며 “그것과 무관하게 야당이 목소리 낼 부분은 내겠다”고 경고했다. 야당의 요구를 들어주지 않은 이상 여당이 하려는 것 역시 번번이 파토를 내겠다는 전략이다.
홍종학 후보자 장관 임명 강행을 계기로 국민의당의 대여 노선이 더욱 강경해진 것도 여권으로선 부담이다. 민주당 관계자는 “안철수 지도부가 들어선 이후 국민의당의 대정부 기조는 무조건 반대로 돌아선 듯 하다”며 “문재인정부 흔들기에 본격적으로 나선 만큼 정기국회 성과를 내기는 쉽지 않아 보여 걱정이다”고 했다. 당장 국민의당은 홍 후보자에 대해 장병완 위원장을 비롯해 개별 의원들은 찬성 의견이 우세했으나, 안철수 대표가 반대로 돌아서면서 보고서 채택 불발에 이르렀다.
강윤주기자 kka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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