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양경찰청 올해 첫 제정
전남 신안에 사는 선장 김국관(47)씨는 지난 2월 진도 앞바다에서 조업을 하던 중 해양경찰로부터 “인근 어선(큰영광호)에 불이 나 선원들이 바다로 뛰어들었다”며 구조요청을 받았다. 그는 끌어올리던 자기 배의 그물을 칼로 잘라 낸 후 전속력으로 사고 지점으로 이동했다. 현장에 도착한 김씨는 불이 난 배의 부유물에 의지해 25분간 바다 위에 떠 있던 선원 7명을 모두 구해냈다.
해양경찰청은 20일 정부세종2청사에서 김씨처럼 바다에서 남다른 희생정신으로 위기에 처한 생명을 구한 개인과 단체에 ‘바다 의인상’을 수여했다. 바다 의인상은 위험을 무릅쓰고 바다에서 타인의 생명을 구한 시민의 공로를 기리기 위해 올해 처음 제정됐다.
또 다른 수상자인 선장 이상권(51)씨는 지난 2월 어선을 정비하던 중 제주 하도리 앞바다에서 해녀 3명이 기상악화로 갑자기 높아진 파도 때문에 육지로 못 나오고 있다는 해경의 연락을 받고 즉시 자신의 현장으로 이동, 전원 구조에 성공했다. 그는 작년 12월에도 한밤중에 맹장염으로 복통을 호소하는 10살 여자 어린이를 육지에 있는 병원으로 옮기는 등 자신의 배로 수 차례 응급환자를 이송해 위기에 처한 사람에게 도움의 손길을 내밀었다.
단체 부문에서는 대천 민간해양구조대(방춘길 대장 등 40명)가 수상자로 선정됐다. 대천 민간해양구조대는 지난해 9월 충남 보령 오천항 인근에 있던 어선(대길호)에 불이 났다는 해경의 연락을 받고 긴급 출동, 불을 끄고 바다에 빠져있던 선원 4명을 모두 구조했다.
평소에도 구조대는 대천 인근 바다에서 좌초되거나 고장 난 배를 안전한 곳까지 예인하고, 갯벌 실종자 수색에도 적극 나서 지역의 해양 안전 지킴이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이날 상을 받은 김국관씨는 “누구나 그 자리에 있었다면 저처럼 구조에 나섰을 텐데 상까지 주니 부끄럽다”며 “이번 일을 계기로 더 많이 봉사하면서 살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박경민 해경청장은 “해양사고 현장에서 자신의 위험을 무릅쓰고 인명을 구조한 의인들의 고귀한 희생정신에 경의를 표하며, 앞으로도 숨은 영웅을 찾아 해마다 시상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해경은 수상자에게 상패와 100만원의 포상금을 수여하고 의인의 선박에 기념 동판을 설치할 예정이다. 권재희 기자 luden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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