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직에는 여러 색깔의 사람이 필요하다. 하지만 때로는 순혈주의에 빠져서 외부 세력을 배척하거나 핍박하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뛰어난 리더는 다양성을 아우를 줄 알아야 한다.
전국시대 진(秦)나라에서 외국인들을 몰아내기 위해 발령된 축객령(逐客令)과 이를 막기 위해 왕에게 전달된 간축객서(諫逐客書)를 통해 발전하는 조직, 그리고 리더가 갖춰야 할 포용력에 대해 알아보자.
진시황(秦始皇)이 전국시대 7국을 통일하기 전, 진(秦) 나라는 한(韓) 나라 출신 정국(鄭國)의 조언으로 치수(治水)사업을 벌이게 된다. 많은 인원과 비용이 드는 대공사였지만 그 필요성을 역설하는 정국의 조언을 받아들인 것. 하지만 실상을 알고 보니 진 나라 세력이 갈수록 강대해지는 것을 경계한 한 나라가 진 나라 세력을 약화시키기 위해 정국으로 하여금 전략적으로 이런 조언을 하게 했던 것이었다.
이를 뒤늦게 알게 된 진 나라 왕은 화가 났다. 타국 사람들은 진 나라에 도움이 안 된다고 생각한 진 왕은 진 나라에 있던 모든 객경(客卿ㆍ외국에서 온 관리)을 국외로 추방하라는 축객령(逐客令)을 내렸다.
당시 진 나라에서 출세가도를 달리고 있던 초(楚)나라 출신 이사(李斯). 그에게 축객령은 청천벽력이었다. 어떻게 올라 온 자리인데… 쫓겨날 위기에 처한 이사는 진 왕의 축객령 재고(再考)를 요청하는 상소를 올렸는데, 이 글이 바로 간축객서다. 워낙 유명한 문장이라 ‘문선(文選)’이나 ‘고문사류찬(古文辭類纂)’, ‘사기(史記) 이사열전(李斯列傳)’을 비롯한 여러 고문선집류(古文選集類)에 전해진다.
간축객서의 주요 내용은 진 나라가 패권을 잡기 위해서는 다른 여섯 나라의 인재를 널리 등용해야지 폐쇄적 정책을 쓰면 안됨을 다양한 사례를 통해 설명하고 있는데, 그 중 아래 문장이 나온다.
’태산불양토양 고능성기대(泰山不讓土壤 故能成其大) 하해불택세류 고능취기심(河海不擇細流 故能就其深) 왕자불각중서 고능명기덕(王者不却衆庶 故能明其德).’ 태산은 한 움큼의 흙도 소홀히 하지 않아야 높은 산을 이룰 수 있고, 큰 강과 바다는 작은 물줄기의 냇물이라도 가리지 않고 받아들여야 깊어질 수 있으며, 왕은 어떠한 백성도 뿌리치지 않아야 자신의 덕을 천하에 밝힐 수 있다.
이사의 간절한 충심이 통했던지, 진 왕은 이사의 간축객서를 읽고 마음을 돌려 축객령을 철회하고 예전처럼 다른 나라 인재들을 널리 등용했다. 뛰어난 인재들은 계속 진 나라로 몰렸으며, 결국 진 나라는 그 인재들의 노력 덕택에 전국시대를 통일할 수 있었다. 진시황의 편협함을 이사가 깨우쳐주지 못했다면 진시황의 천하 통일은 불가능했을지도 모른다.
‘NIH(Not Invented Here) 증후군’이라는 용어가 있다. NIH는 ‘여기서 개발한 것이 아니다’라는 의미인데, 직접 내부에서 개발하지 않은 외부 기술이나 연구성과는 인정하지 않는 배타적 조직문화 또는 태도를 일컫는다.
이와 반대되는 태도가 바로 ‘오픈 이노베이션’이다. 기업이 필요로 하는 기술과 아이디어를 외부에서 조달하는 한편 내부 자원을 외부와 공유하면서 새로운 제품이나 서비스를 만들어내는 것으로 UC 버클리대 헨리 체스브로 교수가 2003년에 제시한 개념이다. 기업 내부의 R&D 활동을 중시하는 것이 ‘폐쇄형 혁신’이었고 ‘아웃 소싱’이 한쪽 방향으로 역량을 이동시키는 것이라면 ‘오픈 이노베이션’은 기술이나 아이디어가 기업 내외의 경계를 넘나들며 기업의 혁신으로 이어지도록 하는 것이다.
외부 자원을 무조건 받아들이는 것이 정답일 수는 없다. 하지만 순혈주의의 편협함이 초래할 수 있는 위험성은 명심할 필요가 있다. 다양성을 받아들여 이를 융화시켜내는 포용력을 갖춘 조직이야말로 진짜 강한 조직이다.
조우성 변호사ㆍ기업분쟁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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