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하들을 대신해 목숨을 걸고 북한 귀순 병사를 구해낸 영웅일까, 국방부와 언론이 만들어낸 허구 미담의 주인공일까.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 북한군 귀순 사건 당시 귀순병을 직접 구출한 이가 JSA 경비대대장인 권모 중령이 맞는지 여부를 두고 20일 논란이 일고 있다. 당초 군이 오해를 살만한 설명을 한 데 이어 영웅 미담으로 확산될 때까지 이를 바로잡지 못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당초 군 관계자들의 설명에 따르면, 13일 오후 3시15분쯤 북측 JSA 병력의 총성이 들리자 권 중령은 아군 병력을 무장시키고 대대 병력 증원을 명령했다. 오후 3시31분 북한군 병사가 군사분계선 남측 지역에 쓰러져 있음을 열상감시장비(TOD)를 통해 인지한 권 중령은 행동이 민첩한 중사 2명과 현장으로 출동했다.
합동참모본부 관계자는 사건 다음날인 14일 당시 상황에 대해 "적 저격수가 있을지 몰라 신변 보장이 안 되는 상황이었다. 대대장이(권 중령)이 위험을 무릅쓰고 신병을 확보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권 중령이 "차마 아이들(부하)을 보낼 수는 없었다"고 말했다고 일부 언론이 보도했고 군도 이에 대해 부정하지 않았다. 때문에 권 중령이 부하들을 대신해 혼자 포복 자세로 귀순병에게 접근해 구출했다는 게 사실처럼 굳어졌다. 군은 이 때까지도 권 중령이 부하들을 대신해 목숨을 걸고 귀순병을 구출했다는 보도와 관련 이를 바로잡거나 적극적으로 해명하지 않았다.
그러던 중 일부 국내 언론이 19일 귀순병을 구출하기 위해 포복으로 접근한 것은 대대장이 아니라 부하 2명이었으며, TOD영상에도 권 중령의 모습은 없다고 보도하며 파문이 일었다. 권 중령이 작전에 직접 나선 게 아니라면 국방부가 영웅 미담을 만들어 내기 위해 사실을 조작했다는 의혹이 일 수 있기 때문이다.
국방부 관계자는 이에 대해 "당초 군이 권 중령이 부하들을 대신해 혼자 나섰다고 설명한 적은 없었다"며 "군이 영웅 미담을 조작했다는 의혹은 사실이 아니다"고 해명했다. 문상균 국방부 대변인도 20일 정례브리핑에서 "분명히 다시 말씀 드리면, 대대장 등 간부 3명이 포복으로 접근해 귀순자를 안전지역으로 끌어낸 다음 차량으로 후송했다"며 “자세한 내용은 추후 설명하겠다"고 밝혔다. 권 중령이 부하 2명과 함께 현장에 있었음을 재차 확인하면서도 그가 부하들을 대신해 홀로 귀순병 구출에 나섰는지 여부는 당장 설명하지 못한 것이다. 군의 한 관계자는 "부정확한 영웅담 확산을 군 당국이 결과적으로 방치하며 문제가 커진 측면이 있다”면서도 “군이 의도적으로 영웅담을 조작해 낸 것은 결코 아니다”고 해명했다. 조영빈 기자 peoplepeopl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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