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현 39년 만에 신인 3관왕
시즌 최종전 공동 6위 마무리
유소연과 올해 선수상 공동 수상
신인상 이어 상금왕까지 올라
“최고 스윙에 공격적 스타일”
“우즈 같은 선수”… 호평 줄이어

박성현(24ㆍKEB하나은행)으로 시작해서 박성현으로 끝난 2017년이었다. ‘슈퍼 루키’ 박성현이 신인으론 39년 만에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시즌 3관왕에 올랐다.
박성현은 20일(한국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네이플스의 티뷰론 골프클럽(파72ㆍ6,570야드)에서 열린 LPGA 투어 2017시즌 최종전 CME 그룹 투어챔피언십(총상금 250만 달러) 마지막 날 4라운드에서 버디 3개로 3언더파 69타를 쳤다. 최종합계 12언더파 276타의 성적을 낸 박성현은 공동 6위로 대회를 마쳤다. 시즌 최종전에서 우승은 놓쳤지만 직전까지 상금 선두를 달리던 박성현은 상금 2위 유소연(27ㆍ메디힐)이 5언더파 283타, 공동 30위에 그치면서 상금왕을 확정했다. 상금 7만3,411달러를 받은 박성현은 올해 상금 총액 233만5,883달러(약 25억6,000만원)로 유일하게 올해 상금 200만 달러를 넘기 선수가 됐다. 또 렉시 톰프슨(22ㆍ미국)이 마지막 18번 홀(파4)에서 짧은 30㎝ 파 퍼트를 놓친 덕에 올해의 선수 부문에서도 유소연과 함께 공동 1위를 차지했다.
한국 선수가 LPGA 투어 올해의 선수에 선정된 것은 2013년 박인비(29ㆍKB금융그룹) 이후 4년 만이다. 올해 신인상을 받은 박성현은 이로써 1978년 낸시 로페스(미국) 이후 39년 만에 투어 통산 두 번째로 신인상, 올해의 선수, 상금왕까지 3관왕을 휩쓴 선수가 됐다. 박성현은 평균 타수 1위까지 차지했더라면 1978년 로페스의 '4관왕 신화'를 재연할 수 있었으나 이 부문 1위는 톰프슨에게 돌아갔다.
박성현의 시즌 3관왕 꿈이 무르익던 최근 전문가들의 호평도 줄을 이었다. 미국 골프 전문 매체 골프채널의 해설자 브랜델 챔블리는 자신의 소셜 미디어에 “세계 최고 스윙의 소유자는 박성현이다”라고 극찬했다. 미국프로골프(PGA) 투어에서 한 차례 우승 경력이 있는 챔블리는 "박성현은 장타자이면서 공을 똑바로 보내는 능력이 있다"며 "매우 공격적인 스타일도 마음에 든다"고 평가했다. 그는 "개인적인 의견으로는 스윙의 기술적 완벽함이나 우아한 정도가 다른 선수들과 비교하기 어렵다"고 칭찬했다. 챔블리는 또 박성현의 스윙 동작 사진을 올리면서 해설을 덧붙이는가 하면 남자 선수들인 루이 우스트히즌(남아공), 리키 파울러(미국) 등과 비교해서도 박성현의 스윙에 더 높은 점수를 줬다. LPGA 투어는 최근 박성현을 집중 조명한 동영상을 통해 박성현의 스윙을 벤 호건에 비유하기도 했다. 1950년대 세계 골프계를 호령한 호건은 '모던 스윙의 창시자' 또는 '가장 경이로운 스윙의 소유자'로 불릴 정도로 완벽한 스윙을 구사했으며 메이저 9승을 포함해 PGA 투어에서 64승을 거둔 선수다. 리디아 고(뉴질랜드), 에리야 쭈타누깐(태국), 펑샨샨(중국) 등의 스윙 코치를 맡고 있는 게리 길크라이스트 역시 20일 LPGA 투어 홈페이지에 실린 인터뷰를 통해 "박성현은 마치 타이거 우즈처럼 매 대회 이기기 위해 나오는 선수"라며 "박성현은 좋은 스윙을 갖고 있기도 하지만 그런 자세가 박성현을 훌륭하게 만드는 부분"이라고 평가했다.
팬들로부터 '닥공(닥치고 공격ㆍ공격적인 스타일을 부각한 별명)'이나 '남달라'와 같은 별명을 얻었던 박성현은 올해 LPGA 투어에 진출하면서 '슈퍼 루키'라는 별명이 붙었다. LPGA 투어는 박성현의 이번 시즌 활약에 빗대어 그에게 '기록 파괴자(Record Breaker)'라는 새로운 별명을 붙여줬다. 박성현은 경기 후 기자회견에서 "올해의 선수상은 생각하지 않았었는데, 공동으로 상을 받을 수 있다고 옆에서 말해줬다"면서 "(수상) 결정이 났을 때는 굉장히 얼떨떨했다"고 말했다. 로페스에 이은 3관왕 소감을 묻자 "굉장히 영광스럽다. 대단한 분과 같은 길을 걷게 된 것은 내 선수 인생에서 굉장한 일"이라고 답했다. 그는 “정말 숨 가쁘게 1년을 달려온 것 같다"면서 "우승하고도 여유가 없었고 다음 대회, 또 다음 대회, 이렇게 경기가 이어지다 보니 나한테 칭찬이 좀 부족했던 것 같다"면서 ”1년을 뒤돌아보면 제 목표를 다 이뤘고 상금왕까지 했으니 만족스러운 한 해지만 아쉬운 부분도 많았기에 내년엔 조금 더 좋은 모습으로 찾아 뵙고 싶다"고 말했다.
한편 이 대회 우승은 15언더파 273타를 기록한 쭈타누깐이 차지했다. 톰프슨과 제시카 코르다(미국)가 1타 차 공동 2위에 올랐다. 12언더파로 먼저 경기를 마친 박성현은 이미 신인상에 이어 상금왕까지 확정한 상황이었다. 하지만 15언더파로 단독 선두를 달리던 톰프슨은 마지막 18번 홀에서 약 30㎝ 파 퍼트를 남겼으나 긴장한 탓에 홀을 맞고 나갔고 결국 1타를 잃어 14언더파가 됐다. 마지막 조에서 경기한 쭈타누깐이 17번 홀(파5) 버디로 14언더파 대열에 합류했고, 기세가 오른 쭈타누깐은 마지막 홀에서도 버디를 잡아내며 짜릿한 역전 우승을 달성했다. 톰프슨은 마지막 홀 퍼트 실수에 눈앞에 뒀던 올해의 선수상을 날렸다. 대신 톰프슨은 올해 평균 타수 1위와 CME 글로브 포인트 부문 1위를 차지했다. 박진만기자 bpbd@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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