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값 비쌀수록 첫 아이 늦게 낳아
무자녀 비중도 3배 늘어

서울ㆍ경기와 세종에 사는 여성이 결혼 후 첫 출산을 전국에서 가장 늦게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모두 집값이 비싸고 여성 경제 활동은 활발한 지역이란 점에서 돈을 벌기 위해 출산ㆍ육아를 미루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통계청은 20일 ▦출산 ▦아동보육 ▦청년층 ▦경력단절 등 4개 영역의 관련 통계를 분석한 ‘생애주기별 주요 특성 분석’을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15~49세 기혼여성을 대상으로 첫 출산간격(결혼 후 첫 출산까지 소요되는 기간)을 조사했더니 가장 긴 지역은 서울(1.75년)이었고, 경기(1.66년) 세종(1.63년) 부산(1.61년) 등이 그 뒤를 이었다. 전북(1.49년) 충북(1.49년) 제주(1.47년) 전남(1.47년) 등 상대적으로 도시화가 덜 이뤄진 지역에선 결혼에서 출산까지 걸리는 시간이 짧게 나타났다.
범위를 기초자치단체(시ㆍ군ㆍ구) 수준으로 좁히면 서울 중에서도 용산구(1.94년) 서초구(1.90년) 강남구(1.87년) 등 부동산 가격이 높은 자치구의 첫 출산 간격이 길게 나타났다. 경기에서는 용인시 수지구(1.83년)와 성남시 분당구(1.81년)에 사는 여성들이 첫 출산 시점을 늦추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대해 통계청 관계자는 “서울 경기 세종에 거주하는 여성들은 높은 주거비용 및 활발한 경제활동 때문에 출산을 지연시키는 경향이 강하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지난달 기준 서울의 주택 평균 매매가격은 4억8,585만원으로 전국 평균(2억5,325만원)의 1.9배에 달했다. 경기의 평균 매매가격은 2억7,681만원으로 전국 2위이고, 세종(2억2,621만원)도 부산(2억1,558만원)이나 대전(2억1,560만원)보다 비쌌다.
대도시 여성들은 출산기간(첫째를 낳을 때부터 막내를 낳을 때까지 소요되는 기간)도 상대적으로 짧게 나타났다. 15~49세 기혼여성의 출산기간을 보면 울산(3.53년)이 가장 짧았고, 부산(3.62년) 서울(3.66년) 경기(3.66년) 세종(3.67년) 등의 순이었다. 출산기간이 짧다는 것은 가능하면 단기간에 자녀계획을 마무리하거나, 아예 출산의 수준이 낮다는 것을 의미한다. 통계청 관계자는 “서울에 거주하는 모든 연령대의 기혼 여성에게서 첫 출산을 늦추고, 아이를 적게 낳고, 단기간에 자녀계획을 완결시키려는 경향이 발견됐다”고 밝혔다.
한편 부부들의 기대자녀수(이미 낳은 아이 수에 앞으로 낳을 아이를 합한 것)도 50년 전에 비해 절반 이하 수준으로 급감한 것으로 조사됐다. 1950~54년 결혼한 여성의 기대자녀수는 4.49명이었지만, 80~84년 결혼 여성의 경우 2.00명으로 떨어졌고, 2005~2009년 결혼 여성은 1.91명 수준으로 하락했다. 이 같은 기대자녀수는 인구를 현재 수준으로 유지하는 데에 필수적인 최소한의 출산 수준(2.1명)에도 못 미치는 것이다.
무자녀 비중도 부쩍 늘었다. 90~94년 결혼 여성에서 무자녀 비율은 2.6%였지만 2005~2009년 결혼 여성의 무자녀 비율은 9.0%로 3배 이상 상승했다. 세종=이영창 기자 anti092@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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