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기기 납품업체로부터 수억원을 받은 국민건강보험공단(건보) 직원과 납품업체 대표들이 경찰에 붙잡혔다. 이들은 버젓이 통장 거래로 뒷돈을 주고받는 대범함을 보였다.
서울 관악경찰서는 건보 산하 A병원에서 근무하는 김모(45)씨와 납품업체 대표 신모(44)씨를 특정범죄가중처벌법 위반(뇌물수수 및 공여) 혐의로 구속하고, 다른 납품업체 대표 이모(60)씨도 불구속 입건해 검찰에 송치했다고 20일 밝혔다.
김씨는 신씨로부터 227회에 걸쳐 2억1,000여 만원을 받아 챙기는 등 지난2009년 2월부터 지난 8월까지 납품업체 대표 3명에게 402회에 걸쳐 총 3억1,000여 만원의 뇌물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뒷돈 거래는 대부분 통장계좌로 이뤄졌다. 김씨는 “계속 의료기기를 납품할 수 있게 해달라”는 납품업체 대표들의 청탁을 들어주면서 한 달에 두 세 차례씩, 회당 수백만 원을 입금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때론 “돈을 더 달라”는 노골적인 요구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씨는 경찰에서 “평소 친동생처럼 지내는 신씨가 대가 없이 호의로 준 돈”이라고 주장하며 혐의를 일부 부인했고, 신씨 또한 “김씨가 좋아 돈을 줬다”고 진술했다. 다만 이씨 등 다른 업자로부터 받은 돈의 대가성은 인정했다. 경찰 관계자는 “업자들이 납품한 물품에 하자가 있진 않았으나, 공정경쟁을 해치는 악습인 건 분명하다”며 “공공기관에서 벌어지는 납품비리에 관해 지속해서 감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형준 기자 mediabo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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