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문학자, 문학평론가, 번역가로 왕성한 활동을 이어온 황현산(72) 고려대 명예교수가 성북문화재단의 ‘문인사 기획전’ 세 번째 주인공으로 선정됐다. 문인사 기획전은 서울 성북구에 기반한 문인 중 당대 시대정신에 걸맞은 인물을 매년 한 명 선정해 집중 조명하는 전시로 2015년 신경림, 2016년 조지훈이 각각 선정됐다.
2005년부터 성북구에 살고 있는 황 교수는 “대한민국은 고향도 없지만 자기가 사는 곳도 없다. 성북구는 내가 이곳 사람이라는 걸 교감하게 해준다”며 “(전시를 계기로) 한용운 이육사 조지훈 선생 등 문인들의 동네에 확실한 주인이 돼서 기쁘다”고 말했다.
다음달 17일까지 성북예술창작센터에서 열리는 ‘문인사 기획전3 황현산’ 전시에는 황 교수의 저작물, 인터뷰, 강좌 영상 등 아카이브 자료와 황 교수의 글을 재해석한 시각예술작가들 설치, 영상, 평면 작업 등이 함께 전시돼 그의 문학 세계를 입체적으로 조명한다.
기존 전시장 모습에서 벗어나 황 교수의 저작물과 사진, 이를 변용한 예술작품이 어우러진 ‘라운지 서재’가 관람객을 맞는다. 설치작가 홍장오의 디자인이다. 황현산의 대표작 ‘밤이 선생이다’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밤이 고뇌가 아닌 스승이 될 수 있고 실패는 패배가 아닌 숭고함이 될 수 있다는 황 교수의 메시지를 공간으로 표현했다. 사진작가 구본창 역시 ‘밤이 선생이다’에서 모티프를 얻은 작품을 선보인다. 사진작가 스톤 김이 황 교수의 인간적 면모를 사진에 담았다.
황 교수가 직접 짓거나 번역한 문학작품이 설치작품으로 변주된다. 유승호 설치작가가 황 교수가 번역한 아폴리네르의 ‘비가 오도다’, 보들레르 ‘악의 꽃’ 등에서 모티프를 얻은 작품을, 설치작가 박호은이 시평 ‘실패의 성자’를 모티프로 한 작품을 각각 전시한다. 출판사 사월의 눈을 운영하는 디자이너 정재완은 ‘밤이 선생이다’를 새로운 서체의 디자인으로 변주한다.
소설가 이경자, 문학평론가 권혁웅, 불문학자 조윤경, 시인 김민정, 번역학자 정혜용 등 필진들은 황 교수의 네 가지 문학적 스펙트럼을 조명하는 원고들을 자료집으로 묶어냈다. 자료집에는 미술작가들의 전시 작품 도록이 함께 담았다.
전시를 기념해 문인들의 좌담회, 강연도 이어진다. 황 교수는 12월 5일~7일 오후 7시 30분 ‘시(詩/時)를 살다/하다’를 주제로 한 시 강좌를 연다. 황 교수와 젊은 문인들이 진행하는 한국 시의 오늘과 미래를 논하는 좌담회가 12일 오후 5시 열린다. 매주 월요일은 휴관이며 관람료는 무료다. (02) 2038-9989
이윤주 기자 missle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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