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e스포츠협회 비리’ 피의자 신분 출석
檢, 제3자 뇌물수수 혐의 구속영장 검토
전병헌(59) 전 청와대 정무수석이 사의 표명 나흘 만에 뇌물 사건으로 고강도 검찰 조사를 받았다. 문재인 정부 청와대 고위인사가 부패 사건으로 검찰 포토라인에 선 것은 처음이다.
서울중앙지검 첨단범죄수사1부(부장 신봉수)는 20일 전 전 수석을 제3자 뇌물수수 등 혐의의 피의자로 소환 조사했다. 검찰은 전 전 수석을 상대로 한국e스포츠협회에 회장과 명예회장을 번갈아 맡으며 롯데홈쇼핑이 거액의 후원금을 내게 하는데 부당하게 개입했는지, 협회 자금 중 일부를 전 전 수석이 사적으로 썼는지를 캐물었다.
전 전 수석은 조사 과정에서 “과거 보좌진들의 일탈에 자신은 개입한 적이 없다”는 취지로 혐의를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이날 검찰에 출석하며 취재진에게 “과거 의원 시절 두 전직 비서의 일탈을 송구스럽게 생각한다. 청와대에 많은 누가 된 것 같아 참 안타깝고 참담한 심정”이라면서도 “어떤 불법에 관여한 바가 없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검찰은 롯데홈쇼핑이 2015년 4월 재승인을 받고서 7월 전 전 수석이 지배하던 e스포츠협회에 3억여원을 후원한 배경에 전 전 수석 입김이 작용했다고 본다. 그 무렵 전 전 수석이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소속 야당 의원으로 홈쇼핑 재승인에 영향력을 끼칠 수 있었던 점에 비춰 대가성을 의심하는 것이다. 전 전 수석이 롯데홈쇼핑 재승인 여부와 직결되는 사안을 문제 삼지 않는 조건으로 롯데홈쇼핑이 사업과는 관련이 없는 e스포츠협회에 거액을 건넨 것으로 검찰은 판단하고 있다. 검찰은 “전 전 수석을 만난 뒤 협회에 후원금을 냈다”는 강현구 당시 롯데홈쇼핑 사장 진술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전 전 수석 측근을 구속하며 수사망을 좁혀왔다. 윤모(34) 전 비서관 등 3명이 3억여원 중 1억1,000만원을 빼돌려 은닉한 혐의 등으로 구속됐다. 이어 협회 사무총장 조모(45)씨도 자금세탁을 도운 혐의로 닷새 뒤 구속됐다. 협회 돈으로 전 전 수석의 과거 비서와 인턴에게 매달 100만원씩 1년간 급여를 지급한 정황도 드러났다. 검찰은 전 전 수석에 대해 금주 중 구속영장을 청구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손현성 기자 hsh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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