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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지윤의 뻔한가요] '반칙형사'가 된 '사랑의 온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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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지윤의 뻔한가요] '반칙형사'가 된 '사랑의 온도'

입력
2017.11.20 0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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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스포츠경제 최지윤] SBS 월화극 ‘사랑의 온도’에서 이현수(서현진)는 PD와 의견 충돌 및 시청률 저조로 집필하던 ‘반칙형사’에서 하차했다. 물론 작가의 의견을 무시하고 제멋대로 대본을 고친 PD의 갑질 탓이 컸다. 자세한 사정은 알 수 없지만, 현실에서 하명희 작가의 ‘사랑의 온도’도 별반 다르지 않다.

‘사랑의 온도’를 ‘의리로 끝까지 본다’는 시청자들이 많다. ‘사랑의 온도’는 사랑을 인지하는 타이밍이 다른 작가 지망생 이현수와 셰프 온정선(양세종)이 만남과 헤어짐을 거치며 사랑의 최적 온도를 찾아가는 이야기다. 매력적인 캐릭터와 짜임새 있는 전개로 첫 회 월화극 시청률 1위에 오르며 인기몰이했다. 하 작가 특유의 현실적이면서 따뜻한 대사는 시청자들의 연애 온도를 올렸다. ‘따뜻한 말 한마디’, ‘닥터스’에 이어 ‘사랑의 온도’까지 하 작가의 집필 내공은 물이 오를 데로 오른 듯 했다. 더불어 남건 PD의 섬세하면서 아름다운 연출은 흠잡을 데 없었다.

‘로코 여신’ 서현진과 ‘대세 신인’ 양세종의 조합도 신선했다. 실제로 일곱 살 차이가 나는 두 사람의 극중 연상연하 케미는 최고였다. 전작 ‘낭만닥터 김사부’에서 의사 선후배로 호흡을 맞춘 모습은 전혀 생각나지 않을 정도였다. 여기에 김재욱은 남자주인공 양세종을 위협하는 치명적인 매력으로 여심을 흔들었다. 이현수가 온정선이 아닌 박정우(김재욱) 대표와 이뤄지길 바라는 시청자들이 적지 않았다.

하지만 중반부로 갈수록 캐릭터의 성격이 변질됐다. 정우는 현수와 정선의 사이를 알고 무너졌다. 5년간 현수를 짝사랑하며 키다리 아저씨를 자처했는데 어느 순간 집착의 아이콘으로 바뀌어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특히 23~24회에서 “어떻게 너냐. 아직 자리도 못 잡고. 나이도 어리고. 네가 현수한테 줄 수 있는 게 뭐가 있어”라며 정선을 도발하는 정우의 모습에선 전작 ‘보이스’ 속 사이코 패스 살인마 모태구의 모습이 겹쳐 보였다.

서현진은 민폐 여주인공으로 전락했다. 정선의 모든 걸 받아들이겠다고 한 현수는 어느새 이기적으로 변했다. “같이 살자”며 프러포즈한 정선의 마음을 거절한 상태. 현수의 부모님도 어린 정선보다 능력 있는 정우에 호감을 보였다. 서브 남주인 김재욱의 인기가 많아진 탓일까. 남자주인공 양세종은 한없이 지질해졌고, 여자주인공 서현진은 속물이 됐다. 현수는 정우의 호의도 계속 거절하지 않아 ‘어장 관리 한다’는 비판을 받았다.

‘사랑의 온도’는 하 작가가 자신의 첫 장편 소설 ‘착한 스프는 전화를 받지 않는다’를 각색한 작품이다. 현수는 ‘반칙형사’가 입봉작이지만, 하 작가는 경력 20년이 넘는 베테랑이다. 하 작가의 최대 장점으로 꼽힌 대사는 독이 돼 ‘주인공들이 말싸움만 좋아하는 드라마’라는 혹평을 받게 됐다. 극중 ‘반칙형사’로 절필하라는 악플세례를 받은 현수와 같은 처지가 된 셈이다. 21일 종영을 앞두고 현수와 정선이 해피엔딩 혹은 새드엔딩으로 끝나도 아쉬움이 남을 수 밖에 없다. 사진=SBS 제공

최지윤 기자 plain@spor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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