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조리 뇌물처럼 매도돼 안타까워… 국회 통제강화 거부하지는 않아”
“인건비 내역 등 보안이 생명… 지출 내역은 공개 반대” 목소리도
정보ㆍ수사ㆍ작전 등 비밀업무에만 사용돼야 하는 특수활동비가 청와대 등 상급기관에 ‘상납용’으로 쓰인 사실이 드러나며 국정원 내부에서조차 “뭔가 바꿔야 할 때”라는 목소리가 제기되고 있다. 다만 보안이 생명인 조직의 특성상 지출 내역을 절대 밝힐 수 없는 ‘특수성’이 침해돼선 안 된다는 주장이 적잖다.
국정원 관계자 A씨는 19일 “특수활동비 전체가 그런 용도에 쓰이는 것은 절대 아니다”며 이번 사건으로 인해 특수활동비가 모조리 뇌물이나 상납 등 부정적 용도로 악용되고 있는 것처럼 매도되는 상황을 안타까워했다. 그는 이어 “우리 역시 특수활동비를 개혁해야 한다는 문제의식을 가지고 있다”며 “청와대 상납 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개선해야 할 부분이 있으면 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른 국정원 직원 B씨도 “국회의 통제 강화 자체는 거부하지 않는다”며 “다만 국회의 통제로 인한 부작용을 없애면서 어떤 식으로 풀어나갈 수 있는 지를 내부적으로 논의 중”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전 국정원 직원 C씨는 특수활동비 사용 내역을 조직 밖으로 공개하는 것에 대해 강하게 반대했다. C씨는 “해외첩보 활동에선 (다른 나라 요원이나 조직원) 이름 하나 알아내려고 별 짓을 다한다”며 “국정원 특수활동비에는 외부 사람 인건비가 들어가는 경우가 많은데 그게 공개되면 모든 게 공개되는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주장했다. 그는 “국정원 조직 안에서도 다른 부서 특수활동비는 서로 모르고 알 수도 없다”며 “특수활동비는 하늘도 모르고 땅도 모르고 나도 모르는 돈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직 국정원 고위 관계자 D씨는 “국정원장이 월 1억원씩 상납했다는데 그 돈을 귀중한 첩보를 얻는 데 썼다면 대한민국 안보는 지금보다 더 나아졌을 것”이라며 전직 원장들의 행태를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국회나 타 부처를 설득하려는 노력조차 아예 하지 않는 국정원의 수동적인 태도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D씨는 “어떤 공작을 하려고 할 때 얼마의 돈이 투입되겠다고 예상된다면 대략 목적을 밝히고 정보위에 보고하면 충분히 승인을 해 줄 것”이라며 “그런데도 실패할 때 책임 문제 때문에 진취성보다는 현상유지만 하려는 생각이 국정원 내에 만연해 있다”고 꼬집었다. 그는 “사업비에 물가상승률을 곱해 예산을 요구하는 지금 시스템에선 획기적 성과가 나오지 않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권경성 기자 ficciones@hankookilbo.com
이영창 기자 anti092@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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