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단체 교주 관련성 수사
딸ㆍ교주 “좋은 곳 데려다
달라해 내려 준 것일 뿐”
경기 가평에서 80대 남성이 숨진 데 이어 그의 부인마저 실종돼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경찰은 노부부가 사망ㆍ실종 직전 자신들의 딸 등과 외출한 정황을 파악, 연관성을 캐고 있다.
19일 경찰에 따르면 지난 12일 오후 3시쯤 가평군 상면 북한강에서 이모(83)씨가 물에 빠져 숨진 채 발견됐다. 이씨의 부인 전모(77)씨도 일주일 넘도록 행방이 묘연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씨 빌라와 그의 시신이 발견된 곳은 20㎞가량 떨어져있다.
경찰이 이 일대 폐쇄회로(CC)TV를 분석한 결과 이씨 부부는 각각 11일 오후 7시20분과 오후 9시40분쯤 딸(43)과 한 종교단체 교주 임모(63)씨를 따라 집을 나섰다. 이씨의 딸 등은 그러나 “좋은 데 데려다 달라고 해서 두 사람을 같은 장소에 내려준 게 다”라며 진술을 거부하고 있다.
미국에 이민을 갔다 30여 년간 살았던 이씨 가족은 3년 전쯤 한국에 들어와 2016년 10월쯤 가평의 한 빌라에서 살기 시작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씨 집은 방 4개짜리 214㎡의 대형으로, 임씨가 이끄는 종교단체 신도들도 이곳에 자주 드나들었다고 한다. 노부모와 딸이 평소 사이가 좋지 않았다는 주변인 진술도 확보했다. 신도들은 임씨를 교주라고 칭하지 않고, 주로 ‘선생님’이라는 호칭을 썼다. 이 종교단체는 기독교 이단계열로 파악됐으며, 따로 교회건물은 없이 신도끼리 대화하고 기도하는 것이 주요 교리라고 경찰 관계자는 전했다.
경찰은 숨진 이씨의 딸과 임씨에 대해 각각 존속유기, 유기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하고 사망 사건과의 직접적인 관련성을 조사 중이다. 또 노모 전씨의 행방을 파악하기 위해 북한강변 일대를 광범위하게 수색 중이다.
이씨 딸 등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심문은 20일 열린다.
경찰 관계자는 “노부부가 휴대폰을 소지하지 않아 위치추적이 불가능한 상황”이라며 “가족간 종교적 갈등이나 경제적 문제 등이 발단이 됐을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보고 수사 중”이라고 말했다.
유명식기자 gij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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