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에 ‘아기’를 ‘애기’로 발음하는 움라우트(Umlaut) 현상 즉 국어의 ‘ㅣ’ 모음 역행동화에 대해 소개했다.
‘ㅣ’ 모음 역행동화는 ㅏ ㅓ ㅗ 등의 중설, 후설 모음이 다음 음절에 오는 ‘ㅣ’ 모음의 영향을 받아 전설 모음 ㅐ ㅔ ㅚ 등으로 변하는 현상을 말한다. ‘아기’의 첫 음절 모음인 ‘ㅏ’가 두 번째 음절 모음 ‘ㅣ’의 영향을 받아 ‘ㅣ’ 모음과 같은 전설 모음인 ‘ㅐ’로 바뀌어 ‘애기’로 발음되는 것이 그 예이다.
‘아기’를 ‘애기’로 바꿔 발음하는 이유는 발음의 편의성 때문이다. ㅏ ㅓ ㅗ 등의 중설, 후설모음들은 혀의 정점이 입 안의 가운데 혹은 뒤쪽에 위치하기 때문에 혀를 안쪽으로 잡아 당겨 발음해야 한다. 반면에 ㅣ ㅐ ㅔ ㅚ 등의 전설모음들은 혀의 정점이 입 안의 앞쪽에 있어 혀를 안쪽으로 잡아당기지 않고 쉽게 발음할 수 있다.
지역 방언에서 ‘그리다’를 ‘기리다’로, ‘고기’를 ‘괴기’로, ‘손잡이’를 ‘손잽이’로, ‘젖먹이’를 ‘젖멕이’로 발음하는 것도 모두 ‘ㅣ’ 모음 역행동화가 이루어진 예이다.
‘ㅣ’ 모음뿐 아니라 다른 모음 앞에서도 ‘ㅕ’ 모음을 ‘ㅐ’ 모음이나 ‘ㅣ’ 모음 등의 전설모음으로 바꿔 발음하는 경우가 많은데, ‘경제’를 ‘갱제’로, ‘켜다’를 ‘키다’로, ‘펴다’를 ‘피다’로 발음하는 경우들이 그것이다.
이처럼 발음의 편의를 위해 중설, 후설모음들을 전설모음들로 바꿔 발음하는 현상이 광범위하게 이루어지고 있는데, 이 중에 표준어로 인정하는 경우는 ‘냄비’ ‘풋내기’ ‘동댕이치다’ ‘멋쟁이’ ‘담쟁이덩굴’ 등 극소수에 불과하다.
/유지철 KBS 아나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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