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주민을 위해 혈세를 들여 조성한 시설을 특정인들이 독점하는 일이 벌어져 물의를 빚고 있다. 경북 의성군이 90억원이 넘는 예살들 들여 봉양면에 조성한 생활체육공원 내 테니스장 얘기다.
이 테니스장은 10월말 사실상 완공한 뒤 ‘준공식’만 남겨둔 상태다. 주민들이 이용하기에 전혀 문제가 없었다. 하지만 지역주민들은 누구나 이용할 수 있는 공공시설인줄 알고 테니스를 치다가 쫓겨나는 ‘수모’를 당했다. 도리원문화체육센터 이사장이라는 사람이 “회원이 아니면 이용할 수 없다”며 쫓아냈기 때문이다.
반면 특정 테니스동호회 회원들은 야간에 조명까지 켜놓고 맘껏 테니스를 즐겼다. 월례회도 열었다. 같은 세금을 내는 주민인데, 누구는 되고 누구는 구경만 해야 하는 어처구니없는 사태가 벌어진 것이다.
억울함을 이기지 못하던 주민들은 공원관리 주체인 봉양면에 항의했지만 봉양면장은 “회원으로 등록한 사람만 이용할 수 있다”며 ‘이사장’ 역성만 들었다. 준공식을 하지 않았으므로 제한이 필요하다는 말도 덧붙였다. 회원들이 낸 회비로 청소비와 전기요금 등을 충당하는 대신 ‘특혜’를 제공한다는 뜻으로 읽혔다. 지역민을 위한 주민편의시설을 소수의 특정인들이 독점하도록 한 설명치고는 군색하기 짝이 없다.
이후 문제의 테니스장에는 자물쇠가 채워졌다. “준공식 이전에는 출입을 금한다”는 면장과 이사장 명의의 현수막이 나붙었다.
봉양면 생활체육공원은 지역 주민을 위해 세금으로 지은 공공재다. 누구나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어야 한다. 회원제 운영을 고집한다면 수익을 추구하는 민간기업과 다를 바 없다. 특정인들만 독점적으로 이용할 수 있도록 할 바엔 차라리 수익자부담원칙에 따라 누구나 ‘사용료’를 내도록 하는 게 합리적이다. 공공재는 특정인의 전유물이 아니라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권성우기자 ksw1617@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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