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순병 조준 사격 북한군 향한 비난
4년 전 우리 군도 월북 도주자 사살
戰時 용서 문책하는 건 후방 정치인
자신ㆍ배후에 눈감으면 위선 불가피
13일 북한군이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에서 탈북하던 귀순병 등 뒤에서 총을 쐈습니다. 권총과 자동소총으로 40여발을 난사한 추격조는 병사가 군사분계선을 넘어 쓰러진 뒤에도 확인 사살하듯 조준해 총질을 해댔다고 합니다. 하지만 결국 죽이지는 못했고, 북한군은 무더기 문책에 착수할 전망입니다.
당장 우리 쪽에서 비판이 제기됐습니다. 적의 야만성을 겨냥해서입니다. 일부에서는 체제가 싫다고 떠나는 사람들을 등 뒤에서 쏴 죽이는 건 문명 사회에서 상상할 수 없는 범죄라는 성토까지 나옵니다. 이 사건을 계기로 우리 정부가 통일 뒤 관련자들을 처벌할 수 있도록 근거 기록을 남겨둘 필요가 있다는 제언과 더불어서 말이지요.
하지만 적국으로 달아나려는 동포에게 총을 겨누는 잔인이 북한군만의 것일까요. 4년 전인 2013년 9월 일입니다. 우리 군은 임진강을 헤엄쳐 월북을 시도하던 한 남성을 사살했습니다. 경고를 무시하고 도주하는 그를 군은 적으로 간주했고, 사살은 적절한 조치로 평가됐습니다.
죽은 남자는 무장을 하지 않은 상태였습니다. 그가 한 행동은 철책을 넘은 뒤 강에 뛰어들어 준비한 아이스박스에 몸을 싣고 필사적으로 팔다리를 휘젓는 것뿐이었습니다. 아이스박스 안에선 과자와 옷가지와 여권과 일본에서 강제 출국 당했다는 기록이 있는 서류가 발견됐습니다. 총에 맞아 망가진 얼굴은 시신이 여권 속 인물인지 확인하기 어려울 정도였습니다.
당시 수백발로 알려졌지만 비무장 도주자에게 날아간 총탄은 물경 1,000발에 가까웠습니다. 그를 제지하기 위해 대거 동원된 초병들도 결사적이었습니다. 그대로 그를 보냈다면 그들을 기다리는 건 문책이었을 터입니다. 며칠 전 JSA에서 동료를 놓친 북한군 처지와 별로 다를 바 없었겠지요. 아마 문책 강도에는 차이가 있었을 테지만요.
우리 군인들이 더 조급했던 건 자칫 총알이 적진에 닿을지도 몰라서였습니다. 표적이 멀어질수록 총 방향은 위를 향하게 되고 그리 폭이 넓지 않은 강을 발사된 탄이 가로지를 가능성은 커지게 마련입니다. 확전(擴戰)을 피하려면 조금이라도 덜 갔을 때 도주자를 멈춰야 했습니다. 늘 그렇겠지만 비정(非情)은 그때도 군에 불가피한 선택이었을 것입니다. 비극이 일어난 때는 추석 사흘 전이었습니다. 어쩌면 남자는 망향객이었을지도 모릅니다.
한때 동료를 등 뒤에서 무자비하게 조준 사격하는 행위는 물론 용납되기 어렵습니다. 군에 철저히 적용되는 상명하복 원칙이나 준(準)전시라는 한반도 남북 상황을 감안해도 그렇습니다. 다만 잣대는 공평하고 비난은 공정해야 합니다. 전투가 벌어지는 전장에서 서로 싸우는 이는 군인입니다. 피아 상관없이 그들의 운명은 가혹합니다. 그러나 전쟁의 개시와 지속, 중단 여부를 결정하는 자는 정치인입니다. 그들은 군인을 대신 사지(死地)로 보낸 것도 모자라 대리자의 용서를 혹독하게 질책합니다. 상대적으로 안전한 후방에서 말입니다.
자신에게 눈 감고 배후를 들여다보지 않으면 위선을 피하지 못하는 법입니다.
권경성 기자 ficcione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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