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부터 4박 6일 일정으로 미국을 방문 중인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개정 협상과 관련해 동분서주하고 있다. 출국 전 방미 목적에 대해 “한미 FTA 재협상 분위기가 좀 더 원만하게 이뤄질 수 있도록 사전 분위기를 조성하겠다“고 공언한 것처럼 우리측 수비수를 자청해 미국 정부 관계자들에게 ‘압박과 읍소’의 양면전략을 구사하고 있는 것이다.
추 대표는 방문 첫날인 14일(현지시간)부터 작심한 듯 한미 FTA와 관련한 우리 정부 측 입장을 적극 피력하기 시작했다. 그는 이날 게리 콘 미국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 위원장과 만난 자리에서 “보도에 의하면 미국이 농산물 추가 개방을 주장하는 것으로 알려졌는데 우려를 표명하는 바”라며 “이 경우 국회에서 반대에 부딪히고 결론을 얻는 데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한다”고 말했다. 농산물 협상과 관련해 우리 측 반대 기류로 콘 위원장을 압박한 것이다. 추 대표는 이튿날인 15일에는 좀 더 센 발언으로 압박 분위기를 이어갔다. 그는 국내 기자들과의 간담회에서 한미 FTA와 관련해 “(미국에서) 너무 무리한 요구를 하면 폐기도 검토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언급한 것이다. 추 대표는 그러면서 “한미 FTA 협상이 굉장히 빡빡한 느낌을 받았다. 향후 협상이 매우 지난할 것이라 느꼈다”고 했다.
강경 발언을 이어가던 추 대표는 16일에는 톤을 낮추었다. 그는 이날 지한파 의원 모임인 ‘코리아 코커스’와의 조찬간담회에서 “북핵 위협이 내년까지 계속 고조될 전망이라고 하고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ㆍ사드)로 인한 중국의 무역 보복으로 굉장히 어렵다”면서 “새로운 정부에서 노력하고 있는데 미국의 압력을 받게 되면 한국은 심리적으로 너무나 힘들고 이런 점을 이해해 달라”고 당부했다. 사실상 읍소 모드로 톤을 바꾼 것이다.
국내에서는 추 대표의 이 같은 행보를 두고 자유한국당을 중심으로 비판이 이어졌다. 정우택 한국당 원내대표는 17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추 대표가 한미정상회담의 비공개 내용까지 언급하는가 하면 한미 FTA 폐기 검토 발언까지 쏟아내고 있다”며 “추 대표의 행태가 ‘좌충우돌 하이킥’이라는 표현이 나오는 상황에 대해 우려의 시각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정 원내대표는 그러면서 “한미 현안과 관련해 정제되지 않은 자기 주장을 하는 것 자체가 국익 차원에서 적절치 않다”며 “한미 간에 외교적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조심스러운 처신을 해줄 것을 당부한다”고 했다.
하지만 여권 내부에서는 이 같은 추 대표의 움직임이 모두 계산된 전략이라고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 미국이 한미 FTA 재개정 협상 전부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 등을 앞세워 여론전을 벌이는 만큼 실제 협상에서 우리 측 입장을 조금이라도 더 반영하기 위해서는 이에 대응하는 액션이 취해져야 한다는 판단에서다. 여권 관계자는 “집권 여당 대표가 정부와 아무런 사전 조율 없이 미국 현지에 가서 한미 FTA 재개정 협상 관련 중차대한 발언을 할 수 있겠느냐”며 “추 대표의 발언이 어떤 효과를 가져올지 나중에 개정 협상 결과를 보면 드러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김성환 기자 bluebird@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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