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기 전 원장 “예산 로비 대상
관련 보고 받고 전달 승인했다”
최 의원 “터무니없는 소리” 강력 부인
국정원장 3인방 중 2명 구속시켜
검찰, 다음 타깃은 특활비 수수 의혹
김재원 조윤선 등 정무수석 3인방
국정원 특수활동비 청와대 상납과 관련해 박근혜 정부 국정원장 3인방 가운데 두 명이 뇌물공여ㆍ국고손실 등 혐의로 구속되면서 검찰 수사가 전방위로 확대될 전망이다. 다음 수사 타깃은 친박 핵심 최경환 자유한국당 의원과 박근혜 정부 청와대 정무수석 3인방이다.
서울중앙지법 권순호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이병호(77), 남재준(73), 이병기(70) 전 국정원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심사)을 거쳐 17일 새벽 “범행을 의심할 상당한 이유가 있고 중요 부분에 관해 증거인멸 염려가 있다”며 남재준ㆍ이병기 전 원장의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그러나 이병호 전 원장에 대해선 “주거와 가족, 수사 진척 정도 및 증거관계 등을 종합하면 도망과 증거인멸의 염려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며 영장을 기각했다.
이로써 원세훈(66) 전 원장을 포함해 박근혜ㆍ이명박 정부 국정원장 4명 가운데 3명이 정치개입과 뇌물공여 등 혐의로 구속됐다. 정보기관 수장의 수난사는 이뿐만이 아니다. 임동원ㆍ신건 전 국정원장도 불법도청 혐의가 불거져 노무현 정부에서 구속되는 등 전신인 국가안전기획부장, 중앙정보부장 시절에도 정치공작으로 사법처리 된 정보기관 수장은 그 수를 헤아리기 어려울 정도다. 정권은 시종으로 여기고, 정보기관 수장은 정권이 원하는 역할을 충실히 한 탓이다.
박근혜 정부 국정원장 ‘3인방’ 중 두 사람의 신병을 확보함에 따라 검찰 칼끝은 최경환 자유한국당 의원을 겨냥할 것으로 보인다. 서울중앙지검 특수3부(부장 양석조)는 최근 이헌수 전 국정원 기획조정실장으로부터 최 의원에게 국정원 특활비 1억 원을 전달했다는 진술을 받았고, 이날 구속한 이병기 전 원장으로부터 이를 시인하는 자수서를 받았다.
이병기 전 원장은 자수서에서 최 의원이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었던 지난 2014년 10월쯤 이 전 실장의 관련 보고를 받고 승인했다고 적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 전 원장은 당시 국정원이 국회 예산안 심사 등의 과정에서 야당의 국정원 특활비 축소 요구에 대응, 로비 상대로 최 의원을 선택해 특활비 중 특수공작사업비를 집행했다고 배경 설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국정원에서 ‘최경환 1억’이라고 적힌 특활비 사용처 관련 회계장부도 확보한 상태이다. 검찰은 최 의원이 받았다는 특활비에 대가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이에 최 의원 측은 “만약 사실이라면 동대구역 앞에서 할복 자살하겠다”고 언론에 밝히는 등 강력 부인하고 있다. 최 의원 측은 “국회에 정부예산안이 올라오는 시점이 9월인데 10월에 로비자금을 받았다는 게 말이 되느냐”며 “터무니 없는 소리”라고 말했다.
하지만 검찰은 관련 혐의를 입증할 정황과 직접증거를 모두 확보하고 최 의원 소환시기를 저울질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이병기ㆍ남재준 전 원장의 신병을 확보한 상태에서 이뤄지는 국정원 특활비 상납 수사는 더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최 의원 외에도 박 정부 시절 여야 의원 5명이 국정원 특활비를 받았다는 의혹도 제기된 상태이다.
아울러 검찰 수사는 국정원으로부터 매달 특활비 500만원씩 각각 1억원을 받았다는 의혹이 제기된 박근혜 청와대 시절 ‘정무수석 3인방’을 겨냥할 전망이다. 자유한국당 김재원 의원, 조윤선ㆍ현기환(58ㆍ수감중) 전 수석이 이에 포함된다.
김청환 기자 chk@hankookilbo.com
손현성 기자 hsh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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