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자들 방문계획도 있다고 말해”
국제단체 잇단 발표와도 맞물려 주목
미국 여배우 안젤리나 졸리가 이슬람계 소수민족인 로힝야족 여성들에 대한 미얀마 군의 성폭행 범죄를 강도 높게 비판했다. 졸리는 여성 인권이나 난민 문제 등과 관련해 약자들의 입장에서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 왔던 대표적인 할리우드 스타다.
17일 외신 보도에 따르면 방글라데시 외무부는 유엔난민기구(UNHCR) 친선대사인 졸리가 최근 캐나다 밴쿠버를 찾은 자국 대표단과 만난 자리에서 이 같은 발언을 했다고 밝혔다. 방글라 외무부는 성명을 내고 “졸리는 로힝야족 여성들이 직면한 성폭력을 비판하면서 미얀마에서의 무장 분쟁을 규탄했다”며 “이른 시일 내에 (로힝야족) 성폭력 피해자들을 방문할 계획도 있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앞서 졸리는 지난 15일 밴쿠버에서 열린 유엔평화유지군 국방장관 회의에서 기조연설을 했었다.
졸리의 이번 언급은 ‘미얀마 군이 로힝야족을 자국 영토에서 몰아내는 인종청소 과정에서 성폭력을 일삼고 있다’는 내용의 인권단체 및 유엔의 공식 발표가 잇따르는 가운데 나와 주목되고 있다. 국제인권감시기구 휴먼라이츠워치(HRW)는 전날 공개한 ‘나의 몸 전체가 고통이다(All of My Body Was Pain)’라는 제목의 보고서에서 미얀마 군이 로힝야족 여성들에게 저지른 성폭력은 지금까지 제기된 의혹보다도 훨씬 광범위하고 체계적으로 이뤄졌다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방글라데시로 피신한 미얀마 북부 라카인주 19개 마을 출신 여성과 소녀 52명의 인터뷰를 토대로 작성됐는데, 이들 중 29명이 강간 피해자였으며 가해자 대부분은 미얀마 군인들이었다고 폭로했다. 보고서는 특히 “미얀마 군의 성폭력은 로힝야족 마을에 대한 대대적인 공격 이전은 물론, 그 이후에도 반복적으로 자행됐다”면서 “로힝야족 난민들을 돕는 단체들에 보고된 수십~수백 건의 성폭행은 빙산의 일각에 불과할 것”이라고도 덧붙였다.
국제 구호단체인 세이브더칠드런도 콕스바자르 난민촌에 있는 로힝야족을 심층 인터뷰한 뒤, 미얀마 군이 반군 소탕 작전을 벌이면서 살인과 폭력, 성폭행 등 잔혹한 범죄들을 자행했다는 보고서를 냈다. 동남아 인권단체 ‘포티파이 라이츠’가 15일 발표한 보고서에도 미얀마 군의 ‘제노사이드’(대량학살) 과정에서 로힝야족 여성과 소녀들에 대한 강간과 윤간이 끊이지 않았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아울러 프리밀라 패튼 유엔 사무총장 성폭력 분쟁 특사 또한 최근 방글라데시 난민촌을 방문한 뒤, “광범위한 성폭행 위협과 강간은 로힝야족 몰살과 제거를 위해 계산된 테러 도구”라고 맹비난하면서 국제형사재판소(ICC)가 로힝야족 인종청소 문제를 다뤄야 한다고 촉구했다.
김정우 기자 wookim@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