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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대 외국인 학생들 “영문 재난문자도 보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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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대 외국인 학생들 “영문 재난문자도 보내주세요”

입력
2017.11.17 17:21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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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진 두려워 복도 문 열고 자요”

15일 포항에서 지진이 발생한 이후 대피했던 한동대학교 외국인 학생들이 17일 오전 기숙사로 복귀하고 있다. 홍인택 기자
15일 포항에서 지진이 발생한 이후 대피했던 한동대학교 외국인 학생들이 17일 오전 기숙사로 복귀하고 있다. 홍인택 기자

17일 오전 11시 경북 포항시 흥해읍 한동대 생활관(기숙사) 앞에 45인승 버스 한 대가 멈춰 섰다. 버스에서 내린 사람은 총 39명. “돌아왔구나.” “여긴 확실히 안전한 건가.” 서툰 한국말이 흘러나왔다.

이들은 한동대에 재학 중인 외국인 학생들로 이틀 전 발생한 강진 직후 인근 교회로 대피했다 돌아오는 길이었다. 한국 친구들은 각자 집이나 지인 집으로 피했지만, 기댈 곳이 마땅히 없었던 이들이 갈 수 있는 곳은 교회뿐이었다.

16일 학교 측이 건물안전진단을 받아 ‘안전하다’는 결과를 얻었지만, 이들의 얼굴은 여전히 걱정이 가득했다. 주변에는 안전모를 쓰고, 경광봉 등 재난대비 용품을 들고 다니는 이들이 심심찮게 눈에 띄었으니 더 그랬다.

한국 생활 4년째라는 삼소노프 블라디미르(24·우즈베키스탄)씨는 “지진 안전지대로 알려진 한국에서 작년 경주 지진에 이어 2년 연속 큰 지진이 일어나 불안감이 큰 게 사실”이라고 했다. 기숙사에서 여전히 지내고 있다는 줄리아 라메라니손(21·마다가스카르)씨 역시 “여진이 올까 두려워 복도 자동문을 열어두고 잤다”며 “지진 때문에 부모님 걱정이 이만 저만이 아니다”고 말했다.

이들은 한국에 들어와 있는 수백만 외국인들을 위해 영문 긴급문자나 대피방송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우즈베키스탄에서 온 딜도라(21)씨는 “‘지진이 난 게 아니냐’는 친구 말에 ‘무슨 지진이냐’며 웃었는데 진짜 강진이 왔다”며 ‘웃다가 봉변당할 뻔 한’ 기억을 떠올렸다. 한국어가 아직 서툰 이들에게 통역 안내를 해줬던 박정배(20·한동대 글로벌리더십학부1)씨는 “한국에 있는 외국인 가운덴 한국 통신사에 가입하지 않은 이들도 많아 긴급재난문자를 받지 못하는 이들이 많다”며 “외국인에게도 재난 소식이 신속히 닿을 수 있는 시스템이 마련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포항=김형준 기자 mediaboy@hankookilbo.com 홍인택 기자 heute128@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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