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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얀마군, 조직적 성폭행 했다” 인권 보고서 잇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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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얀마군, 조직적 성폭행 했다” 인권 보고서 잇따라

입력
2017.11.17 17: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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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먼 라이츠 워치 보고서 표지
휴먼 라이츠 워치 보고서 표지

로힝야족에 대한 미얀마 군의 잔혹한 만행이 인권 감시기구의 보고서들을 통해 속속 재확인되고 있다. 미얀마 내 로힝야족에 대한 군사행동 중단을 촉구하는 유엔 결의안도 통과됐다. 미얀마 군부에 대한 국제사회의 압박 수위가 더욱 높아질 전망이다.

미국 뉴욕에 본부를 두고 있는 국제인권감시기구 휴먼라이츠워치(HRW)는 16일(현지시간) 로힝야족 여성과 소녀를 상대로 한 성폭력에 초점을 맞춘 보고서를 홈페이지에 공개했다.

46쪽 분량의 보고서에 따르면 미얀마 군인에 의한 성폭력은 그 동안 제기돼 온 의혹보다도 훨씬 광범위하고 체계적으로 이뤄졌다. 로힝야족 마을에 대한 대대적인 공격 개시 이전은 물론, 그 이후에도 성폭력이 반복적으로 자행된 것이다. 보고서는 방글라데시로 피신한 미얀마 북부 라카인주 19개 마을 출신 여성과 소녀 52명에 대한 인터뷰 결과를 바탕으로 작성됐다.

52명 중 29명이 강간 피해자였는데, 가해자 상당수는 ‘치안’ 업무를 맡고 있던 미얀마 군인이었다. 특히 대부분의 경우 가해자가 2명 이상인 집단 강간이었고, 8명의 여성과 소녀는 무려 5명 이상의 군인에 의해 성폭행을 당했다. 보고서는 “로힝야족 난민을 돕는 단체들에는 수십 건, 수백 건의 성폭행이 보고된 바 있다”며 “이는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이에 앞서 동남아 인권단체 ‘포티파이 라이츠(Fortify Rights)’도 지난 15일 미국 홀로코스트기념박물관과 협업한 36쪽 분량의 ‘그들이 우리 모두를 죽이려 한다(They tried to kill us all)’ 보고서를 공개했다. 제목대로 미얀마 군이 제노사이드(대량 학살)를 벌이고 있다는 내용이다. 생존자와 목격자, 구호단체 봉사자 등을 대상으로 200건 이상의 인터뷰를 거친 이 보고서는 미얀마 군이 작년 10월부터 2개월간, 그리고 올해 8월 말부터 로힝야족에게 유혈탄압을 가했다고 밝혔다.

보고서에 드러난 미얀마 군의 ‘인종 청소’는 잔인무도함 그 자체였다. 어른과 아이 할 것 없이 로힝야족을 산 채로 불에 태우는가 하면, 토막을 내기도 했다. 여성과 소녀들에 대해선 강간과 윤간을 일삼았다. 이러한 미얀마 군의 만행을 피해 방글라데시로 넘어간 로힝야족은 현재 62만명에 이른다. 포티파이 라이츠 설립자인 매튜 스미스는 “로힝야족 지역사회는 대량학살 경고를 수년 간 받아 왔고, 예방도 가능했다”며 “이번 사태는 세계의 도덕적 실패”라고 꼬집었다.

한편, 이날 유엔총회 제3위원회는 미얀마 당국에 로힝야족에 대한 군사행동을 즉각 멈추라고 요구하는 결의를 채택했다. 57개 이슬람 국가로 구성된 이슬람협력기구(OIC)가 초안을 만든 이번 결의는 찬성 135표, 반대 10표, 기권 26표를 기록, 압도적인 지지 속에 통과됐다. 반대표를 던진 나라는 미얀마와 중국, 러시아, 캄보디아, 필리핀, 라오스, 베트남, 시리아, 짐바브웨, 벨라루스 등이다.

결의문은 “로힝야족을 상대로 한 미얀마군의 과도한 무력사용을 매우 우려한다”면서 군사행동 중단을 촉구한 뒤, ▦로힝야족에 대한 구호 요원들의 접근 허용 ▦방글라데시 등으로 피난길에 오른 로힝야족의 안전한 귀환 보장 ▦완전한 주민권 부여 등도 함께 요구했다. 이번 결의는 내달 열리는 유엔총회 본회의에서 채택 절차를 다시 한번 밟을 예정이다.

호찌민=정민승 특파원 msj@hankookilbo.com

포티파이 라이츠 보고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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