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트트랙 월드컵 4차 대회
10개월 전 목동 부상 악몽 떨치고
1500m 준결승 진출 이어
3000m 계주 1위로 예선 통과
여자 쇼트트랙 대표팀 김아랑(22ㆍ한국체대)은 올해 1월 전국동계체전 여자 3,000m 레이스 도중 상대 선수의 스케이트 날에 얼굴을 다치는 사고를 당했다. 날에 베어 얼굴 왼쪽 부위가 크게 찢어져 응급실로 향했다. 상처 부위를 꿰매는 수술을 받고 다시 빙판 위로 돌아와 2018 평창 동계올림픽 국가대표 선발전에서 2위로 태극마크를 달았다. 끔찍한 부상 이후 10개월이 흘렀다. 김아랑은 그 때 같은 장소 서울 목동실내빙상장에서 열리는 2017~18시즌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쇼트트랙 월드컵 마지막 4차 대회에 출전했다. 16일 첫 날 1,500m에서 가뿐하게 준결승에 오른 김아랑은 이튿날인 17일 3,000m 계주에서 후배들을 이끌고 14개 팀 중 가장 빠른 4분08초589 기록으로 대표팀의 예선 통과를 확정했다. 여자 대표팀 쌍두마차 심석희(20ㆍ한국체대)와 최민정(19ㆍ성남시청)은 이날 계주에 나서지 않았고, 김아랑을 필두로 김예진(18ㆍ평촌고), 노아름(26ㆍ전북도청), 이유빈(16ㆍ서현고)이 호흡을 맞췄다.
김아랑은 3,000m 계주를 마친 뒤 “이 곳에서 다쳤던 기억이 있어 치고 나갈 때 신경이 쓰이는 것을 극복하려고 했다”며 “무서움이 없다면 거짓말”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얼굴에 난 상처 부위가 아물지 않아 밴드를 붙이고 뛰는 그는 “더 크게 다칠 수도 있는 위험한 부상이었는데 그래도 이 정도면 다행이라고 생각한다”며 “나보다 주위 사람들이 더 걱정하는 것 같다. 난 이제 괜찮다”고 미소를 지었다. 이어 “중요한 시기에 다쳐서 차근차근 재활 단계를 밟고 바닥부터 다시 시작했다”고 돌이켜봤다.
김아랑은 4년 전 소치 동계올림픽에서 심석희와 계주 금메달을 목에 건 기억이 있다. 개인전 금메달 목표는 당연하지만 계주 우승에 더 무게를 뒀다. 김아랑은 “소치대회 때 계주 금메달을 따고 다 같이 시상대 위에 올라갔던 느낌을 아직도 잊지 못한다”며 “후배들에게도 이 기분을 평창에서 느끼게 해주고 싶다”고 강조했다. 또한 심석희와 최민정에게 스포트라이트가 집중되는 것에 대해선 “그것을 신경 쓰다 보면 힘들 수 있으니까 내가 할 수 있는 것만 최선을 다하자는 마음”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최민정과 심석희는 앞서 열린 여자 1,000m 1, 2차 예선을 가볍게 통과했다. 최민정은 1차 예선에서 1분31초412의 기록으로 1위를 차지해 중국 판커신을 제치고 1위를 기록했다. 이어진 2차 예선에선 1분31초583을 기록해 지난 시즌 세계선수권대회 종합 우승을 차지했던 영국 크리스티 엘리스(1분31초630)를 누르고 1위에 올랐다. 심석희도 1차 예선 2조에서 1위를 기록했고, 2차 예선도 조 1위로 통과했다. 김아랑은 2차 예선에서 부정 출발로 탈락했다.
남자 대표팀의 간판 임효준(21ㆍ한국체대), 황대헌(18ㆍ부흥고) 또한 1,000m 1, 2차 예선을 조 1위로 통과했다. 서이라(25ㆍ화성시청) 역시 이 종목 준준결승에 안착했다. 임효준, 황대헌, 곽윤기(28ㆍ고양시청), 박세영(24ㆍ화성시청)이 출전한 남자 5,000m 계주는 레이스 도중 임효준이 넘어져 조 3위로 결승선을 통과했지만 이탈리아의 실격으로 준결승에 진출했다.
김지섭기자 oni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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