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 기업들 비상
해외판매 부진도 겹쳐… 악재 계속
반도체, 업황 호조에 “감내할 수준”
원화 강세로 자동차, 반도체, 석유화학 등 국내 주요 수출 기업들에 비상이 걸렸다. 수출 의존도가 높은 우리 경제 구조 때문에 원화 강세가 지속하면 기업들의 가격 경쟁력이 하락하기 때문이다.
17일 산업연구원에 따르면 원ㆍ달러 환율이 1% 하락하면 국내 제조업체들의 매출액 대비 영업이익률은 0.05% 내려간다. 원화가 경쟁국이나 수출대상국 통화보다 비싸지면 국내 기업이 해외에 수출하는 상품 가격이 오르기 때문이다.
가장 타격이 큰 곳은 자동차 업계다. 해외 판매가 부진한 상황에서 또 다른 악재를 만났다. 해외에서 벌어들인 달러를 원화로 환전할수록 수익이 줄고, 엔화 약세를 등에 업은 일본 완성차 업체와 경쟁에서도 불리해지는 상황이다. 국내 자동차 수출 물량의 76%를 차지하는 현대차와 기아차는 올해 1~10월 전체 해외판매 중 국내에서 수출하는 물량 비중이 각각 27%, 47%로 높은 편이다. 현대차는 해외 생산공장이 10곳이지만, 기아차는 해외 공장이 미국과 중국 등 4개밖에 없어 원화 강세가 장기화하면 수익 감소 규모가 더 커질 수밖에 없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는 원ㆍ달러 환율이 10원 하락하면 국산 차 매출은 약 4,200억원가량 줄어들 것으로 분석했다.
현대차 관계자는 “현재 해외에서 환차손을 줄이기 위해 환 헤지를 하고 있고, 해외 생산공장도 다양하게 구축돼 당장 손실이 큰 상황은 아니다”면서도 “다만 지금처럼 원화 가치만 오르고 엔화가 약세를 보이면 미국, 아시아 등 해외시장에서 한국 차 경쟁력이 일본 차에 밀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90% 이상 수출하는 반도체 업계도 원화 강세가 악재이지만, 최근의 업황 호조로 충격파는 다른 업종에 비해 덜한 편이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원화 강세가 장기화할 경우 영향을 받지 않을 수 없겠지만, 영업이익이 조금 줄어드는 수준이라면 감내하기 어려운 정도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정유업계에겐 원화 강세가 ‘양날의 칼’과 같다. 원유를 수입하기 때문에 득이 되는 측면도 있지만, 최근 수출 비중이 70~75%에 육박하면서 수출 경쟁력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 특히 원유 매입 때는 1~2개월 전의 환율이 적용되지만, 석유제품 판매는 당월 환율로 이뤄져 환율 시차로 인한 손실이 생긴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원화 강세의 원인에는 달러 약세가 기저에 깔려 있는데, 이는 최근 국제 원유 가격을 올리는 요인으로도 작용하고 있어 정유업계는 이중고를 겪고 있는 셈”이라고 말했다.
한준규 기자 manbok@hankookilbo.com
김현우 기자 777hyunwo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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