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침묵’은 약혼녀가 살해당하고 그 용의자로 자신의 딸이 지목되자 딸을 무죄로 만들기 위해 자신만의 방식으로 사건을 쫓는 아버지 임태산(최민식 분)의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극중 박신혜는 용의자 임미라(이수경 분)의 담당 변호사 최희정 역을 맡았다.
정지우 감독은 시나리오가 완성되지 않았던 상황에서 박신혜를 만나 희정이라는 캐릭터를 왜 박신혜가 맡아야 하는지에 대해 이야기를 했다고 한다.
극의 흐름상 모든 인물이 임태산에게 속고, 관객마저 속는다. 이때 임태산에게 속으면서 한편으로는 그와 함께 관객을 속이게 되는 인물이 희정이다. 임태산은 자신의 딸을 무죄라고 끝까지 믿고 이용당해줄 착한 변호사가 필요했던 것이다. 즉 극중 희정이 임태산에게 변호사로 선임된 이유는 능력 때문이 아니라 마음이 따뜻했기 때문이며 평소 건강하고 정의감 넘치는 이미지를 가진 박신혜가 희정 캐릭터에 적격이었다.
극을 이끄는 인물에 의해 이용을 당한다는 것은 주체적일 수 없기 때문에 연기적으로 제한을 받을 수 있다. 이에 대해 박신혜는 “기존에 변호사라고 하면 정의감 넘치고 권력도 있을 것 같은데, 희정은 현실적이게도 아무런 힘이 없다. 그저 법률 대리인 서비스를 하는 사람으로 고용된 거다. 현실에 찌들어 있는 박신혜를 볼 수 있다. 최희정 변호사로서는 함께 지내온 사람들을 심문하기 쉽지 않다. 그 감정을 풀어내는 게 숙제였던 것 같다”고 말했다.
‘침묵’ 캐스팅으로도 이어졌듯이 박신혜는 그동안 꾸준히 따뜻하고 정의로운 캐릭터를 맡아왔다. 작품을 선택하는 기준에 대해 그는 “좋은 영향을 끼치고 싶은 마음은 있다. 물론 사람이 늘 착할 수 없으니까 실생활과 비교했을 때 있을 법한 인물이면 좋겠다. 내가 그 사람이고 싶은 인물을 찾는 것 같다”며 “지금도 기준이 완벽하지는 않다. 여러 개의 대본을 읽다 보면 내 손에 들려 있는 게 있다”고 이야기 했다.
다만 그동안 그가 해왔던 역할은 비슷하게 보일 수 있다. 역할 변화에 대한 목마름이 있지는 않을까. 박신혜는 “보는 사람이 지겨우면 그만 볼 거다. 그래도 내가 맡은 캐릭터는 아픔을 겪고 인정하고 일어난다. 시청자들은 그 지점을 봐주시는 것 같다. 정의로워서 좋아하는 게 아니라 그걸 인정하고 앞으로 걸어 나가는 한 인간의 모습을 좋아해주시지 않나 생각한다. 나는 누군가의 삶을 내가 대신 잘 살아가고 있다고 본다. 나는 내가 해왔던 게 아니라 부족해도 도전해 보고 싶었던 것들을 하려고 한다”고 덧붙였다.
박신혜는 캐릭터뿐만 아니라 실제로도 착한 연예인으로 손꼽히기도 한다. 그는 “사람을 워낙 좋아하니까 다들 좋게 봐주시는 것 같다. 이미지에 갇혀 있지도 않고 부담감도 없다. 그런데 가끔은 나도 사람인지라 언제 어디서나 완벽할 수는 없지 않나. 기계처럼 사는 사람은 아니다. 맹탕이고 인간미 넘친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스트레스를 푸는 방법에 대해서는 “‘내가 처신을 조금 더 잘 할 걸’이라고 생각하면서 ‘지나가겠거니’ 한다. 따질 수도 없고 어쩌겠나. 고양이 엉덩이를 쓰다듬으면서 푼다”며 웃으며 “오래 스트레스 담아두려고 하지 않는다. 싫은 게 있거나 미안한 게 있으면 그때그때 말을 한다. 무조건 착하게 하는 건 아닌 것 같다. 현명한 건지는 모르겠지만 최대한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끼치지 않는 상황에서 이야기 한다”고 대답했다.
이주희 기자 leej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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