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임 전무 기자회견
“나는 레전드라고 생각 안해
힘든 자리 용기내 선택했을 뿐
한국축구 팬 신뢰 회복이 급선무
지도자 접었다, 제의 와도 안가”
더 이상 감독 홍명보(48)의 모습은 볼 수 없을 전망이다.
홍명보(48) 축구협회 신임 전무이사는 17일 서울 종로구 신문로 축구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기본적으로 지도자 생각은 접었다”며 “이 일이 새로운 도전이기 때문에 (감독직) 제의가 와도 가지 않을 생각”이라고 못박았다.
축구협회는 지난 16일 임시 대의원총회를 열고 홍 전무를 비롯해 최영일(51) 부회장, 이임생(46) 기술발전위원장, 조덕제(52) 대회위원장, 박지성(36) 유스전략본부장, 전한진(47) 사무총장을 새 임원으로 선임했다. 홍 전무는 17일부터 공식 업무를 시작, 오전에는 기자회견을 했고 취임 첫 일정으로 이날 오후 서울시의회에서 중등축구연맹 지도자와 간담회를 가졌다. 2002년 한일월드컵에서 주장을 맡아 4강 신화를 일군 홍 전무는 2004년 현역에서 은퇴한 뒤 2006년 독일 월드컵을 앞두고 대표팀 코치로 부임한 뒤 올해 초까지 지도자 생활을 이어왔다.
현역 은퇴 후 줄곧 지도자 생활을 이어오던 그에게 행정가는 새로운 도전이다. 홍 전무는 “저도 감독으로서의 역할을 계속 해왔고 할 수 있는 기회가 지금 있는데도 이것(행정가)을 선택한 건 한국축구가 많은 팬들의 질타 받고 있고 어떤 방향으로 나갈 수 있는지에 대해 생각했기 때문이다”고 설명했다.
축구협회의 조직 개편안이 발표된 후 팬들 사이에선 ‘박지성, 홍명보 등 레전드(전설)를 방패막이 삼아 비판 여론을 잠재우려 한다’는 지적이 쏟아졌다. 행정 경험이 없고 나이가 젊은데 비해 중책을 맡았다는 비판도 나왔다. 이에 대해 홍 전무는 “저는 레전드라 생각하지 않는다”며 “누구 방패막이는 더 이상 됐고, 어렵고 힘든 자리, 다른 사람들이 피하고 싶은 자리를 용기 내서 선택한 것 뿐”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한 “(축구협회에) 말발이 먹힐지 안 먹힐지 모르겠는데 먹히게 하겠다”며 “우려가 실망으로 이어나가지 않도록 꼼꼼히 챙기고 연구하고 노력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홍 전무는 “부담이 크지만 한국 축구 위한 방향으로 나가겠다는 다짐을 했다”고 구상을 밝히기도 했다. 그는 “감독과 행정가를 다르게 볼 수 있지만, 큰 틀에서는 조직을 이끌어가는 면에서 같다고 생각한다”며 “이제는 그 대상이 선수에서 협회직원으로, 또 스태프에서 시도축구협회ㆍ스폰서ㆍ미디어ㆍ팬 등으로 더 광범위해졌기 때문에 역할의 연속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축구대표팀은 9회 연속 월드컵 본선 진출에 성공했지만 축구 팬들은 지지를 보내지 않고 있다. 팬들의 신뢰를 되찾아 오는 것은 홍 전무가 받아든 숙제다. 그는 “내부도 내부지만 팬들에게 신뢰를 잃은 것이 가장 큰 문제이고, 국민들의 믿음이 떨어졌다는 것을 느꼈다”고 진단한 뒤 “하루 아침에 모든 것을 바꿀 수 없다. 협회 구성원들이 각자 위치에서 성심성의껏 진실된 태도로 노력해야 바뀔 수 있다. 직원이 신나게 일하고, 잠재력을 끌어 낼 수 있도록 분위기를 만들겠다. 밖에 비춰지는 모습을 긍정적으로 바꿔 실추된 명예를 현장ㆍ행정적으로 회복하겠다”고 의지를 불태웠다.
박진만 기자 bpbd@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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