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티스 “핵개발 중단 땐 대화 기회”
北 제네바 대사 “美와 협상 없다”
中제안 ‘쌍중단’도 “현실과 멀어” 일축
쑹타오(宋濤) 중국 공산당 대외연락부 부장이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 특사 자격으로 17일 북한 평양을 방문했다. 명분은 제19차 공산당대회 설명이지만 중국은 지난주 미중 정상회담에서 나온 양국의 대북 메시지를 전달하면서 북한의 비핵화 협상 의지를 탐색할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북한 정부 관계자가 이날 중국이 제안한 대북 해법인 ‘쌍중단(雙中斷ㆍ북한의 핵실험과 한미 군사훈련의 동시 중단)에 대해 실현 가능성이 없다고 일축해 버려 북핵 정세는 다시 요동을 치게 될 전망이다.
겅솽(耿爽)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쑹 부장의 방북 사실을 밝힌 뒤 “주요 목적은 19차 중국 공산당 전국대표대회 결과를 통보하고 북측과 양당, 양국의 공동 관심사에 대해 의견을 교환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날 오후 베이징(北京) 서우두(首都) 공항에서 중국국제항공편으로 출국해 평양공항에 도착한 쑹 부장은 이후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측근이자 핵심 실세인 최룡해 당 부위원장과 회동을 가졌다. 향후 일정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3박 4일간 체류하며 20일 귀국할 것으로 예측된다. 특히 이날 지재룡 주중 북한대사가 직접 서우두 국제공항에서 쑹타오 부장을 환송한 점을 보면 19일쯤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과의 면담 가능성도 점쳐진다.
중국의 대북 특사 파견은 미중 정상회담에서도 조율된 사안으로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도 16일(현지시간) 트위터에 “중국이 북한에 특사를 보낸다. 큰 움직임이다”라고 적어 ‘중국 역할’에 기대감을 보였다. 세라 허커비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중국의 대북 특사 파견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과 시 주석이 광범위하게 논의한 것 중 하나”라며 “북한 비핵화를 위한 노력에 중국이 참여하고 있고, 대통령은 분명히 그런 노력을 지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샌더스 대변인은 의회 통보 시한을 넘긴 북한의 테러지원국 재지정 여부에 대해선 “대통령이 다음주 초에 발표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날 트럼프 대통령은 아시아 순방 보고 연설에서 이 부분을 언급하지 않아 대북 협상 가능성을 고려해 말미를 둔 것으로 해석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의 특사 파견 결과를 지켜 본 뒤 재지정 여부를 판단할 것으로 보인다.
올해 들어 무려 15차례나 탄도미사일을 발사했던 북한이 두 달 넘게 미사일 도발을 하지 않는 점에 대해선 미국 국방부도 예의주시하고 있다.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미국은 최근에 북한의 미사일 발사가 왜 없는지를 면밀히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면서 “북한이 미사일 실험과 개발을 중단하고 무기를 수출하지 않기만 한다면, 대화의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의 도발 자제로 조성된 대화의 모멘템을 이어가기 위해 보다 구체적인 대화 조건을 제시한 셈이다.
하지만 17일 한대성 북한 주제네바대표부 대사는 로이터통신과의 인터뷰에서 “한미 합동훈련이 계속되는 한 미국과의 핵 문제 협상은 없으며, 핵 프로그램 포기도 고려하지 않는다”면서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미국의 새로운 제재 추가 움직임에 대해서도 그는 “준비가 돼 있다”며 “우리는 핵 무장의 궁극적인 완성을 계획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특히 중국의 ‘쌍중단’ 해법과 관련해서도 “현실과는 거리가 멀다”고 선을 그었다. 앞서 이날 노동신문이 보도한 “우리 공화국의 최고 이익, 인민의 안전과 관련된 문제는 절대로 흥정탁(협상테이블)에 올려 놓을 수 없다”는 북한 입장과 동일한 발언이었다.
한편, ‘쌍중단(freeze for freeze)’ 을 두고 전날 미중 간 혼선이 있었던 데 대해 샌더스 대변인은 “양측 입장이 다르다”며 트럼프 대통령의 언급이 잘못됐음을 시인했다.
워싱턴=송용창 특파원 hermeet@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