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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촌은 선거 중] 온두라스 민주주의 올까

입력
2017.11.16 19:00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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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 대선·총선… 투표결과 조작 등 우려도

후안 올란도 에르난데스 온두라스 현 대통령이 보수 성향의 국민당 대선 후보로 선정된 직후인 지난 3월 수도 테구시갈파에서 연설을 하고 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후안 올란도 에르난데스 온두라스 현 대통령이 보수 성향의 국민당 대선 후보로 선정된 직후인 지난 3월 수도 테구시갈파에서 연설을 하고 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가난, 범죄, 부패….’

카리브해의 소국 온두라스를 이야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단어들이다. 인구 70%가 극빈층이고, 마약갱단이 곳곳을 장악하고 있어 살인율이 세계 1, 2위를 다툴 정도로 치안이 불안하며, 부패지수는 176개국 가운데 123위로 하위권을 면하지 못한다. 온두라스는 2009년 군부에 의해 대통령이 축출되기도 했다. 이는 중남미 지역에서 발생한 마지막 쿠데타다. 보수 성향인 국민당과 군부가 주도한 쿠데타로, 당시 재분배 정책을 펴며 저소득층의 지지를 받던 마누엘 셀라야 대통령은 해외로 추방됐다.

26일 치러지는 온두라스 대통령 선거는 국민당 후보 후안 에르난데스(49) 현 대통령이 재임에 도전하는 가운데, 야당이 연합 전선을 형성해 맞서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번 대선은 민주주의를 향한 전환점이 될 수 있을지가 관심사다. 다만 과거의 투표조작 의혹 등으로 이번 선거 역시 집권 세력의 통치연장을 합법화하는 도구로 악용될 것이란 우려도 공존한다.

지난 9월 13~23일 여론조사기관 파라디그마가 2,000명을 대상으로 벌인 여론조사에 따르면, 에르난데스 대통령은 지지율 40.7%로 선두를 달리고 있다. 좌파 자유재건당과 중도 좌파 성향의 통일혁신당이 뭉친 독재 반대 야당 연합 후보인 살바도르 나스랄라(64)가 22.2%로 2위다. 야당 연합에 참여하지 않은 중도 우파 자유당의 루이스 젤라야(49) 후보는 15.5%로 나스랄라 후보를 추격하고 있다.

에르난데스의 재선 도전은 원천적으로 논란을 내포하고 있다. 현행 온두라스 헌법에 따르면 에르난데스는 재선에 나갈 수 없지만 온두라스 선거관리위원회가 대법원의 대통령 재선 금지 헌법 조항 위헌 판결 등을 근거로 전ㆍ현직 대통령의 차기 대선 출마를 허용하자 에르난데스는 집권 연장 시도에 나섰다.

야당연합의 살바도르 나스랄라 후보가 7일 온두라스 수도 테구시갈파 선거 유세 도중 지지자들에게 둘러 쌓여 손가락으로 브이 표시를 하고 있다. AP 연합뉴스
야당연합의 살바도르 나스랄라 후보가 7일 온두라스 수도 테구시갈파 선거 유세 도중 지지자들에게 둘러 쌓여 손가락으로 브이 표시를 하고 있다. AP 연합뉴스

야권에서는 극적인 반전 드라마를 꿈꾸고 있다. 전례 없는 야권 연대를 구성해 바람몰이를 시도하고 있다. 나스랄라의 러닝메이트는 쿠데타로 쫓겨난 셀라야 전 대통령의 부인인 시오마라 카스트로다. 여전히 서민들의 지지를 받고 있는 셀라야 전 대통령의 후광효과를 기대하며 막판 뒤집기를 노리고 있다. 나스랄라는 “우리는 거침 없는 세력”이라며 “더 이상의 마약과 폭력은 안 된다”고 강조했다. 뉴욕에서 교사로 재직 중인 자유재건당 해외 당원 루시 파고아다 께사아는 “우파 독재에 대항해 야당이 국민전선을 만든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며 “우파는 끝났다”고 말했다. 그는 또 “야당연합 지도부의 주요 관심사는 부패와 빈곤을 없애고, 무상 보건ㆍ교육 공공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라며 “온두라스를 오래도록 지속시킬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게 공동의 목표”라며 지지를 호소했다. 이런 이유로 야당 연합 지지자들이 나스랄라에 거는 기대는 상당하다. 께사아는 “온두라스에서 나스랄라는 아주 유명하다. 그는 부패한 정부와 어떤 관련도 없으며, 신뢰할 만하고 사람들이 좋아할 만하다”고 말했다. 대학교수 출신인 나스랄라는 TV 시사프로그램 사회자 활동을 통해 대중적 인기를 쌓아왔다.

정부의 강력한 언론 통제 탓에 온두라스의 바닥 민심을 파악하기란 쉽지 않지만, 해외에 거주하는 온두라스 민주화 운동가들을 통해 변화에 대한 온두라스 국민들의 열망이 얼마나 강렬한지 읽어낼 수 있다. 영국 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지난 4월 기사에서“2009년 군부는 거리에 탱크를 보내고 방송국을 장악했으며 의회에서는 셀라야의 가짜 사임 선언서를 낭독했다”며 “이런 이유로 온두라스 사람들에게 정권 교체 여부가 이번 대선의 최대 관심사”라고 분석했다.

문제는 투표결과가 조작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2013년 대선에서 시오마라 카스트로는 에르난데스와 경합을 벌여 8%포인트 차로 패했는데, 부정선거 의혹이 끊이질 않았다. 당시 호세 안토니오 데 가브리엘 유럽연합(EU) 선거감시 부위원장이 “온두라스 전역에서 비정상적인 방식의 투표가 진행됐다”며 불법 선거 의혹을 공식 제기했을 정도다. 온라인 매체인 코나투스뉴스는 올 초‘온두라스가 민주주의를 이뤄낼 수 있을까’ 라는 제목의 칼럼에서 “일반적으로 선거는 ‘민주주의의 꽃’이지만 온두라스의 선거는 지배 상류계급의 통치를 합법적으로 인정하게 되는 ‘연극’에 그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중미 지역을 오랫동안 연구했던 ‘개발의 폭력’ 저자인 마틴 모우포스도 “4년마다 선거가 있긴 하지만, 결과는 너무 조작돼 있다. 온두라스에서는 민주주의가 전혀 실현되고 있지 않다”고 비판했다.

임기 4년의 국회의원 선거도 같은 날 진행된다. 현재 온두라스 의회는 총 128개 의석 중 집권 여당인 국민당이 48석, 자유재건당 31석, 자유당 27석, 기타 정당 15석, 무소속 7석 등으로 구성돼 있다.

채지선 기자 letmekno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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