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기자회견 도중 갑작스럽게 물을 마시면서 웃음거리의 대상이 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대선 경선 라이벌이었던 마르코 루비오 상원의원이 TV 연설 도중 물을 마신 행동을 여러 차례 조롱한 전력이 있어 ‘운명의 반복’이라는 언론의 촌평도 나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15일(현지시간) 오후 백악관에서 아시아 순방 결과를 설명하던 중 갑자기 연단 아래로 몸을 숙여 물을 찾았다. 힘차게 손을 흔들어가며 일본의 대미 투자와 미국의 일자리 창출 대목을 자랑하는 중이었다. 연단 아래에서 물을 못 찾자 “괜찮다”고 연설을 이어가려던 그는 청중이 연단 오른쪽 테이블을 가리키자 몸을 기울여 ‘피지 워터’ 물병을 잡고 한 모금 마신 뒤 연설을 이어갔다. 그는 이후 한 번 더 연설을 멈추고 물을 마셨다.
이 장면이 방영되자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는 트럼프가 물을 마시는 장면과 2013년 루비오 의원이 TV 연설 도중 서툴게 물병의 물을 마시는 동영상을 합성한 수많은 게시물이 올라오는 등 들끓어 올랐다. 당시 트럼프 대통령은 “물을 컵에 따라 마시는 게 좋겠다”고 루비오 의원을 비꼬았고, 지난해 2월 대선 후보 경선에서는 연단에서 “물을 달라, 물을”이라면서 루비오가 물을 찾아 비틀거리는 모습을 흉내 냈다. 트위터를 통해서는 루비오 의원을 긴장한 상태에서 일을 그르치는 사람을 의미하는 ‘초크 아티스트’(choke artist)라고 부르며 놀렸다. 그랬던 트럼프가 정작 연설 도중 물병 채 물을 마시자 조롱거리가 된 것이다.
루비오 의원도 즉각 복수에 나섰다. 그는 트위터에 물을 마시는 트럼프 대통령 사진을 올리며 “비슷하긴 하지만 좀 더 연습이 필요하다. 눈을 카메라에서 떼지 않으면서 한 동작으로 해야 한다. 처음치고는 나쁘지 않았지만…”이라며 반격의 펀치를 날렸다.
이왕구 기자 fab4@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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