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 탄핵 심판 앞 인터넷 글
법원 “기대에 부응하라” 질타
이정미 전 헌법재판관을 살해하겠다는 협박 글을 인터넷에 올려 재판에 넘겨진 20대 남성에게 법원이 사건 실체에 관한 판단 없이 재판을 끝내는 공소기각 결정을 내렸다.
서울중앙지법 형사5단독 조형우 판사는 16일 협박 혐의로 기소된 대학생 최모(25)씨에게 “피해자가 서면 사과를 받아들여 처벌 불원 의견서를 냈다. 형사소송법에 따라 이 사건 공소를 기각한다”고 밝혔다. 이 전 재판관은 지난달 30일 재판부에 최씨의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내용의 의견서를 보냈다. 협박죄는 피해자 의사에 반해 처벌할 수 없는 ‘반의사불벌죄’다. 형사소송법에는 반의사불벌죄 사건에서 피해자가 처벌을 희망하지 않는다는 의사표시를 하면 공소기각을 선고하도록 돼있다.
다만 조 판사는 “피고인이 한 일은 어리석기 짝이 없었다”고 최씨를 질타했다. 조 판사는 “최씨가 ‘‘박근혜 대통령을 사랑하는 모임(박사모)’ 소속이 아니고 박사모에 대한 비판적 여론을 조성하려고 글을 올렸다는 점은 인정할 수 있다”면서도 “내용이 끔찍하고 자극적이고 과격한 것이어서 재판장에 적지 않은 위협이 됐을 것으로 보이며 사회적 파장이 매우 커 죄질이 가볍지 않다”고 말했다. 조 판사는 이어 “아무쪼록 한번의 실수로 그치고 사회 구성원으로서 충실하게 살아가라는 피해자 바람대로 기대에 부응하라”고 당부했다. 회색 후드티셔츠 차림으로 법정 피고인석에 선 최씨는 고개를 끄덕였다.
최씨는 지난 2월 자신의 집에서 박사모 온라인 카페 자유게시판에 ‘구국의결단22’라는 닉네임으로 ‘이정미만 사라지면 탄핵기각 아닙니까’라는 제목의 협박 글을 올렸다가 불구속 기소됐다. 최씨는 글에서 ‘이정미가 판결 전에 사라져야 한다. 저는 이제 살 만큼 살았다. 나라를 구할 수 있다면 지금 죽어도 여한이 없다. 이정미 죽여버리렵니다’라고 적었다. 그는 검찰 조사에서 “그런 글을 올리면 박사모에 대한 비판 여론이 생기지 않을까 생각했다. 실제로 해칠 의사는 없었다”고 진술했다.
김민정 기자 fac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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