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지진과 달리 11월 강추위 차에서 온 가족 쪽잠
인터넷 맘카페 등에 “KTX 첫 차로 포항 나가겠다” ”무서운데 함께 있자”는 글 올라와
지난 15일 발생한 규모 5.4 지진으로 공포를 겪은 경북 포항시민들은 밤새 10여분에서 1시간 간격으로 10차례 이상 여진이 계속되자 불안감에 뜬눈으로 밤을 샜다.
진앙지인 흥해지역 주민 700명 이상이 흥해실내체육관에서 밤을 맞았다. 바로 옆 장량동 기쁨의교회에는 한동대와 선린대 학생 등 300명이 피했다.
가족들과 체육관으로 나온 이대기(48)씨는 “지진이 나고 대피한 뒤 동네를 둘러보니 건물 외벽과 계단 등에 금이 간 곳이 많았다”며 “가족들도 무서워하고 다른 사람들과 함께 있는 게 나을 것 같아 체육관으로 왔다”고 말했다.
체육관 등으로 피한 주민들과 학생들은 쉽게 잠이 들지 못했다. 자정 이후에도 ‘쿠쿵’하는 소리와 함께 여진이 발생하자 이곳 저곳에서 “어머”하는 비명이 터져 나왔다. 밤사이 주민 수십 명이 두통, 어지럼증 등을 호소하며 약을 받아가기도 했다.
손녀와 함께 나온 60대 여성은 “경주 지진을 겪고도 한동안 계속 어지러웠는데 다시 머리가 아프고 어지럽다”며 “잠도 오지 않고 속이 메스꺼워 아무것도 먹지 못하겠다”고 말했다.
아파트 2층 상가 건물과 아파트 내부 곳곳에 금이 간 피해를 본 창포동 한 아파트 주민들은 인근 중학교에 간이 천막을 치고 늦은 밤까지 머물렀다. 흥해 바로 옆 아파트와 원룸이 밀집한 대규모 주택단지 장량동 일대 주민들은 차량으로 피신해 밤을 지새기도 했다. 또 커피숍과 편의점 등에는 불안함에 집으로 들어가지 않고 밤늦게까지 가족들과 모여 있는 시민들이 많았다.
권형주(37)씨는 “신축 아파트고 내진설계가 돼 있다고 했는데 건물 외벽에 크게 금이 가 있어 도저히 집에서 잘 수가 없었다”며 “이불만 챙겨 나와 차에서 잠을 잤다”고 말했다.
포항지역 인터넷 맘카페 등에는 “밤새 여진으로 잠을 한 숨 못 잤다”, “불안해 20, 30번은 깬 건 갔다”며 불안을 호소하는 글들이 올라왔다. 또 “KTX 첫차(오전 7시 20분)로 포항을 벗어나겠다”, “남편이 출근해 겁이 나는 사람들은 함께 있으면 좋겠다”는 글이 잇따라 올라왔다.
날이 밝자 진앙지인 흥해읍을 중심으로 피해 신고가 늘어나고 있다. 강진으로 흥해읍 대성아파트 5층짜리 1개 동 건물이 기울어졌고, 진앙지인 망천리를 중심으로 일대 건물 곳곳이 금이 가거나 뒤틀렸다. 담장이 무너지고 건물 외벽 타일이 떨어져 나간 곳도 쉽게 눈에 띌 정도다.
대규모 주택단지인 장량동 일대는 일부 원룸 건물 기둥이 부서져 곧 무너질 것 같은 상태고, 건축 3, 4년의 신규아파트도 외벽에 선명한 금이 갔다.
병원을 찾는 사람도 늘고 있다. 지진 발생 후 포항 5개 대형병원에는 55명이 뇌출혈과 타박상 등으로 병원을 찾았다.
포항=김정혜기자 kjh@hankookilbo.com
포항=김형준기자 mediaboy@hankookilbo.com
포항=윤희정기자 yooni@hankookilbo.com
포항=김재현기자 k-jeahyun@hankookilbo.com
포항=홍인택기자 heute128@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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