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에 초점을 맞추느냐의 문제다. 달콤한 멜로, 따뜻한 휴머니즘이 인간 간의 사랑에 초점을 맞춘다면 '7호실'은 스릴러 뺨치는 팍팍한 현실을 조명했다. 물론 그 스릴러는, 한 발짝 떨어져서 보면 '웃픈' 블랙코미디다.
'7호실'(감독 이용승)은 서울의 망해가는 DVD방 사장 두식(신하균 분)과 학자금 빚을 갚으려 DVD방에서 일하는 아르바이트생 태정(도경수 분)이 7호실에 비밀을 숨기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는다. 정확히 말하자면 두식은 7호실에 시체를, 태정은 마약을 숨긴다. 두식은 7호실을 닫아야 살고 태정은 7호실을 열어야 산다.
'망해가는' DVD방이라는 배경부터 현실적이다. 두식은 내내 돈 때문에 괴로워하고 태정 역시 다르지 않다. 영화는 좁은 DVD방 세트장에서 좀처럼 벗어나지 않지만 역동적인 카메라 워크는 지루할 틈을 주지 않는다. 팍팍한 현실을 담아냈기 때문인지 흡입력도 상당하다.
신하균은 '연기神' 타이틀이 아깝지 않을 만큼 관록의 연기를 펼친다. 도경수는 전보다 더 성장한 연기력을 보여준다. 그의 필모그래피 캐릭터가 다이내믹한 변화를 그리진 않지만 그 완만한 곡선 가운데 삐죽 튀어나온 날을 찾는 게 도경수의 성장을 지켜보는 또 다른 즐거움이다. 이를 테면 '7호실'에서 두식의 눈치를 보며 7호실의 나사를 설렁설렁 조이다가 미친 듯이 풀기를 반복하는 장면이 그렇다.
처음 '7호실'의 결말을 봤을 땐 논란의 여지가 되지 않을까 우려도 있었다. 하지만 '7호실'이 블랙코미디로서 시작부터 끝까지 유지한 냉소적이고 관조적인 시각에 비춰 보면 결말은 또 다른 의미를 가진다. 이 역시 외면하고 싶은 현실의 일부분일지 모른다. 100분, 15세 관람가.
강희정 기자 hjk0706@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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