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흔들림 감지 신고 8200여건
진원 깊이 9㎞로 얕아 체감 커진 듯
수능 23일로 늦춰… 수험생 대혼란
수시 논술ㆍ면접 연기 후폭풍 예상
15일 오후 2시30분쯤 경북 포항시에서 규모 5.4의 지진이 발생했다. 지난해 9월 경북 경주시에서 발생한 규모 5.8 지진에 이어 우리나라에서 일어난 지진 중 역대 두 번째 규모다. 경주 지진보다 규모는 작았지만 진원은 더 얕아 전국에서 큰 흔들림을 감지하는 등 체감 위력은 더 컸다. 여진 우려가 커지면서 16일 예정됐던 2018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은 23일로 1주일 연기됐다. 불과 시험 하루를 앞둔 사상 초유의 결정에 수험생과 학부모들은 대혼란에 빠졌다.
기상청에 따르면 이날 오후 2시29분31초 경북 포항시 북구 북구청에서 9㎞ 떨어진 북위 36.12도, 동경 129.36도 지점에서 규모 5.4의 지진이 발생했다. 지난해 9월12일 경주 지진의 진원에서 불과 43㎞ 떨어진 곳으로, 진원 깊이는 9㎞로 추정됐다.
기상청은 이번 지진이 발생한 단층을 경주 지진이 발생한 양산단층의 지류인 장사단층에서 일어난 것으로 추정하면서도 “경주 지진과의 연관성은 추후 정밀 분석을 해야 한다”고 밝혔다.
서울을 포함한 한반도 전역에 흔들림이 감지돼 지진을 느꼈다는 지진 감지 신고만 이날 오후 10시 기준 총 8,300건이 들어왔으며 이중 서울에서만 1,235건이 접수됐다. 이번 지진은 9㎞ 깊이로 비교적 얕은 곳에서 발생해 지표로 전달되는 에너지가 컸고 그 결과 체감이 극대화됐다는 것이 기상청 분석이다. 앞서 경주 지진은 15㎞ 깊이에서 발생했다.
이날 5.4 규모 본진에 앞서 오후 2시22분쯤 규모 2.2, 2.6의 전진이 두 차례 발생했고, 본진 발생 후에는 16일 오전1시 현재 모두 35차례 여진이 이어졌다. 오후 4시49분 포항시 북구 북쪽 8㎞ 지점에서 발생한 9번째 여진은 규모가 4.3에 달했다. 이미선 기상청 지진화산센터장은 “여진의 강도는 현재로서 예측하기 어렵다”면서도 “앞으로 최소한 수개월 간은 크고 작은 여진이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날 지진으로 부상자도 속출했다. 소방청에 따르면 이날 지진으로 중상자 1명을 비롯해 부상자 15명(오후 10시 기준)이 나왔다. 경북 지역은 중ㆍ경상자 13명이, 부산과 대구에서는 경상자 1명씩이 각각 발생했다. 지진과 관련해 총 121건의 인명 구조가 이뤄졌는데 구조 내용 또는 장소는 ▦문 개방 42건 ▦건축물 40건 ▦승강기 24건 ▦도로 2건 ▦기타 13건이다. 화재는 경북 지역에서만 7건이 발생했다. 이날 지진이 발생한 포항 근처로 원자력발전소가 줄줄이 들어서 있지만 당장의 피해는 없었다.
수능 시험을 하루 앞두고 대규모 지진이 발생하자 교육부는 김상곤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주재로 긴급회의를 열고 5시간 넘는 장시간 논의 끝에 유례 없는 수능 시험 연기를 결정했다. 수능 체제가 1993년(1994학년도) 도입된 이후, 확정됐던 일정이 연기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 조치는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현장을 가서 보고 수능 연기 여부를 판단하라는 지시로 이뤄졌다. 김 부총리는 이날 저녁 정부서울청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포항지역 수능 시험장 14개교를 전수 점검한 결과 포항고·포항여고·대동고·유성여고 등에 균열이 발생한 것을 확인했다“며 “학생 안전이 중요하다는 점과 시험 시행의 형평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했다”며 고 밝혔다. 수능 시험 연기에 따라 18일부터 시작될 예정이었던 일부 대학들의 수시 논술ㆍ면접 전형도 연쇄적으로 연기될 것으로 보여 후폭풍이 만만찮을 것으로 보인다. 교육부는 16일 대입일정 변경 계획을 발표할 예정이다. 김 부총리는 “차관을 반장으로 운영하던 수능 비대위를 부총리급으로 격상해 운영하면서 연기에 따른 종합적 대책을 수립하겠다”며 “시험장 안점점검을 실시하고 대학 및 대교협과 협의해 대입이 차질없이 진행되도록 만전을 기하겠다”고 말했다.
이성택 기자 highnoon@hankookilbo.com
조원일 기자 callme@hankookilbo.com
포항=김정혜 기자 kj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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