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첫 동남아 순방에서 상당한 성과를 거뒀지만 15일 귀국길이 그리 가벼워 보이지는 않았다. 전병헌 청와대 정무수석의 금품 로비 의혹에다 홍종학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 임명 논란, 예산안 처리, 감사원장 후보자 인선 등 처리해야 할 국내 현안이 산적하기 때문이다.
문 대통령은 무엇보다 귀국 길에 전 수석 문제가 가장 마음에 걸렸을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는 지금까지 롯데홈쇼핑 로비 의혹과 관련해 전 수석의 거취에 대해 공식적 언급을 피해 왔다. 문 대통령이 해외 순방중인 데다가 검찰도 아직 전 수석을 공식 수사 대상으로 거론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하지만 검찰이 문 대통령의 귀국을 기다렸다는 듯 이날 전 수석의 소환 조사 방침을 밝히며 문 대통령의 부담이 커진 상황이다. 현직 수석의 검찰 조사는 당장 새정부의 적폐청산 작업의 동력을 약화시키는 데다가 ‘내로남불’ 논란이 불거질 수 있기 때문이다.
6개월 동안 마무리되지 않은 내각 인사도 숙제로 남아있다. 문 대통령은 이날 국회에 홍종학 후보자의 인사청문경과 보고서를 20일까지 재송부해 달라고 요청하며 임명 의지를 밝혔다. 하지만 자유한국당 등 야권은 홍 후보자에 대한 지명 철회를 요구하며 내년도 예산안 편성, 이진성 헌법재판소장 임명 등과 연계하겠다며 벼르고 있어 향후 정국 경색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이와 관련 국민의당이 문 대통령의 귀국에 맞춰 협치를 주문해 성사 여부가 주목된다. 손금주 수석대변인은 이날 논평을 내고 문 대통령의 외교적 성과를 평가한 뒤 "(문 대통령은) 홍종학 후보자의 거취, 전병헌 정무수석의 거취 등 인사 문제와 2018년도 예산안 심의 등 국내 현안 해결을 위해 야당과 소통하고 협치하는 모습을 보여달라"고 촉구했다.
예상치 못한 돌발상황도 발생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경북 포항시에서 발생한 규모 5.4 지진에 긴급 수석보좌관회의를 열고 상황점검에 돌입했다. 아울러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을 통해 귀순하던 북한군 병사가 피격 당한 상황도 정전협정 위반 가능성이 제기되며 남북관계 개선에 악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정지용기자 cdragon25@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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