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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비아 노예시장 “400달러에 사람 팝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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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비아 노예시장 “400달러에 사람 팝니다”

입력
2017.11.15 17:49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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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비아 트리폴리 난민수용소에서 본국 송환을 기다리는 아프리카 난민들. CNN 홈페이지 캡처
리비아 트리폴리 난민수용소에서 본국 송환을 기다리는 아프리카 난민들. CNN 홈페이지 캡처

“1,200디나르. 낙찰!”

지난 8월 아프리카 리비아 어딘가에서 촬영된 38초 분량 휴대폰 동영상에 담긴, 그러나 화면에는 제대로 모습을 드러내지 않은 한 남자의 외침은 800에서 시작해 900과 1,000, 1,100을 거쳐 이렇게 끝이 났다. 화면 속 등장인물은 말없이 어두컴컴한 배경에 서 있던 흑인 남성 2명뿐. 이들 중 1명은 나이지리아 출신 20대로, ‘농사일에 적합한 크고 힘센 소년’으로 소개됐다. 중고차나 가구 같은 상품이 아닌 ‘사람’을 마치 노예처럼 경매를 통해 사고파는 일이 21세기에 벌어진 것이다. 리비아의 1,200디나르가 800달러(한화 89만원)임을 감안할 때, 살아 숨 쉬는 한 인간의 ‘값’이 고작 400달러였던 셈이다.

14일(현지시간) 미국 CNN 방송은 리비아 도처에서 ‘인간 경매 시장’이 열리고 있다면서 그 실태를 보도했다. 문제의 휴대폰 동영상을 입수한 CNN은 사실 검증을 위해 지난달 리비아 현지로 향했고, 수도 트리폴리 외곽 지역에서 실제로 인간 경매가 이뤄지는 생생한 현장을 몰래카메라에 담는 데 성공했다.

“땅 파는 사람 필요하신 분 계십니까. 여기 아주 크고 힘센 사람이 있습니다.” 군복을 입은 경매인이 말하자 여기저기에서 손을 들었고, 가격은 쑥쑥 올라갔다. “500, 550, 600, 650(디나르)….” 이런 식으로 불과 6, 7분 사이에 12명이 새로운 ‘주인들’에게 건네졌다. 경매가 끝난 뒤 취재진은 새로 팔린 남성 2명과 대화를 시도했으나, 이들은 두려움에 떨면서 거부했다고 한다. 방송은 “트리폴리 인근 주와라, 사브라타 등 리비아 내 9개 지역에서 인간 경매가 벌어진다고 들었지만, 실제로는 더 많은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리비아에서 현대판 노예시장이 성행하는 까닭은 더 나은 삶을 위해 유럽으로 가려는 아프리카인들이 지중해와 맞닿은 이곳으로 몰리고 있어서다. 매년 수만명이 리비아 국경을 넘고 있지만, 리비아 당국의 단속이 심해지면서 유럽행 난민선이 줄어들었고 밀수꾼들에게 몸을 맡긴 이들이 결국 ‘노예’로 전락해 버린다는 것이다. 트리폴리 난민수용소에 있는 21세 청년 빅토리가 대표적이다. 겨우 마련한 자금 2,780달러(309만원)가 바닥나자 그는 밀수꾼들에게 붙잡혀 팔려나가기를 수차례 반복했고, 몸값은 전부 빚을 갚는 데 쓰였다. 그는 “밀수꾼들은 음식도 안 주면서 때리고 학대한다”고 말했다.

특히 문제는 ‘노예 경매’에 갱단 조직까지 연루돼 있다는 점이다. 불법이민단속청 나세르 하잠 중위는 자신이 직접 목격한 적은 없다면서도 이를 인정하면서 “그들은 난민선에 사람을 100명씩 채워 넣으면서 돈만 받으면 그들이 유럽에 가든 바다에 빠져 죽든 전혀 상관하지 않는다”고 CNN에 말했다. 리비아 당국이 공식 수사에 착수하겠다고 밝혔음에도 완전히 뿌리 뽑는 게 가능할지 회의적인 시선이 나오는 이유다.

김정우 기자 woo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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