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앙 인근 한동대는 건물 외벽이 무너져 주말까지 휴강
경기에서 제주까지 흔들려, 일부 주민 대피 소동
[한동대 지진 동영상]
경북 포항에서 규모 5.4의 지진과 여진이 발생, 전국이 지진파에 흔들거리면서 주민들이 불안에 떨고 있다.
15일 기상청에 따르면 이날 오후 2시29분쯤 포항시 북구 흥해 6㎞ 지점에서 지진이 발생했다. 지진 발생 후 포항은 물론 경기와 제주 등 전국이 흔들렸다. 3분 후인 2시32분에도 인근 지점에서 규모 3.6의 여진이 발생하는 등 여진이 이어지고 있어 주민들이 불안해 하고 있다.
진앙과 가까운 포항 한동대 기숙사의 경우 건물 일부에 금이 가고 전기가 끊기면서 학생들이 모두 운동장으로 긴급 대피했다. 학교 측이 이번 주 휴강키로 하면서 기숙사 학생들이 고향 집으로 귀가했다.
차량 피해도 심각했다. 흥해읍 주택가와 상가지역은 물론 포항 일부지역도 건물 외벽 구조물이 추락하면서 아래 세워둔 차량의 피해가 극심했다. 북구 흥해읍 한 빌라단지에선 철근콘크리트 슬라브건물 외벽에 부착한 붉은 벽돌이 한꺼번에 떨어져 담벼락 가까이 세워둔 승용차 10여대가 파손됐다.
또 북구 지성학원과 상가골목 등에서도 벽돌과 간판 등 건물외벽 구조물이 추락해 대거 파손됐다.
포항지역 어린이집과 유치원, 학교는 수업을 중단하고 일제히 대피시켰다. 지진 이후에도 여진이 계속되자 건물로 다시 들어가지 않고 바깥에서 장시간 대기했다. 대부분의 학부모들은 차량 대신 도보로 아이들을 데리고 왔다.
김진희(37ㆍ여)씨는 “차를 타기가 겁나 일부러 10여분 거리를 걸어서 아이들을 데리고 왔다”며 “어린이집에서 다행히 알림 문자를 보내 안심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포항에서 가장 큰 종합병원인 세명기독병원은 이날 오후 3시 현재 진행 중인 수술 3건을 마무리한 후 추가 수술을 중단했다. 병원 측은 이날 발생한 지진이 내진 설계된 기준(7)보다 낮아 환자를 강제대피 조치하지 않았다. 하지만 놀란 환자들과 보호자 수 백여명은 병원을 뛰쳐 나왔다.
기독병원 관계자는 “날씨가 많이 추워졌고 수액을 맞거나 중환자들은 대피하는 게 위험할 수 있어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며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병원장을 중심으로 긴급회의를 열었다” 말했다.
포스코 포항제철소와 포항가속기연구소도 현장 파악에 들어갔다. 포스코 포항제철소 관계자는 “아직 설비가동에 특별한 피해는 없다”며 “비상근무체제 돌입한 상황이다”고 말했다. 포항가속기연구소 관계자는 “직원들이 모두 대피해 정확한 방사광 가속기 상황은 여진이 어느 정도 끝난 뒤에야 알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강덕 포항시장은 이날 오후 2시 포항시 북구 흥해읍 영일만 3일반산단에서 진행된 안전로봇 실증시험센터 착공식을 서둘러 마무리하고 시청으로 돌아왔다. 공교롭게도 착공식 현장이 지진 진원지인 흥해로, 참석자들은 행사 도중 중심을 잡기 어려울 정도의 흔들림이 감지되자 놀라 바로 자리를 뜨기도 했다.
경기 수원시 조원동에서 사업을 하는 조모(44)씨도 “4층 사무실에 있는데 TV가 5초 이상 흔들릴 정도로 지진이 심했다”고 말했고, 제주지역 온라인 커뮤니티인 제주맘카페에도 고층 아파트에 거주하는 주민들 중심으로 진동을 느꼈다는 제보가 이어지고 있다.
충북도의회 정책복지위는 청사 7층에서 행정사무감사 벌이던 중 건물이 흔들리자 10여분 정회했다 감사를 속개했다. 이광희 충북도의원은 "재난문자가 오고 건물이 흔들리면서 감사장 분위기가 어수선해져 잠시 정회했다"고 말했다
이날 대구에서 대입 수험생 예비소집에 자녀와 함께 갔던 서모(47ㆍ여)씨는 “예비소집 갔다 학원들러 책 보따리를 싸던 도중 갑자기 건물이 흔들려 깜짝 놀랐다”며 “지난해 경주 지진이 떠오르면서 시험도 못 치는 것이 아닌가 걱정됐다”고 말했다.
포항=김정혜기자 kjh@hankookilbo.com 전국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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