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칼럼에서 개고기 식용을 찬성하는 논리나 반대하는 논리는 모두 설득력이 없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필자는 개고기를 먹는 것에 반대한다고도 했다. 반대하는 주된 이유는 현재 돼지고기나 닭고기를 먹는 양태가 개고기의 미래 모습이기 때문이다.
현재 공장식 농장의 비인도적인 사육 과정의 문제점은 많이 알려져 있다. 돼지나 닭은 비좁고 비위생적인 공간에서 타고난 수명보다 훨씬 짧은 삶을 마친다. 적은 투자로 더 많은 이익을 남기려는 자본의 속성상 이런 관행은 인도적인 사육의 법제화가 강제되지 않는 이상 쉽게 없어지지 않을 것이다. 사실 소비자들도 싼값에 돼지고기나 닭고기를 먹을 수 있기 때문에 이런 관행을 바꾸려는 마음이 없다.
만약 개고기 식용이 합법화된다고 해 보자. 과연 인도적으로 사육이 되고 도축이 될까?
그러지 않으리라는 것은 삼척동자도 짐작할 수 있다. 현재도 개의 잔인한 사육과 비위생적인 도살은 개고기 식용을 비난하는 주된 근거 중 하나이다. 살아 있는 개들이 철조망 속에 짐짝처럼 쌓여 있는 모습을 대로변에서 볼 수 있고, 도축은 전기나 올가미로 잔인하게 이루어진다고 한다. 과거에는 몽둥이로 때려잡기도 했는데, 지금은 그렇게 하지 않는 이유가 비인도적이어서가 아니라 순전히 인건비 때문이다.
그런데 개고기 합법화를 주장하는 쪽은 축산물위생관리법 때문에 합법적인 도축을 할 수 없기에 비위생적으로 도축되고 유통되고 있으므로, 그 법에 개가 포함되면 이런 일은 없어질 것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합법화된다고 해서 사육 환경이 좋아지지 않으리라는 것은 현재의 돼지나 닭의 사육 환경을 보면 쉽게 알 수 있다. 생산비를 줄이려는 자본가들이 식용 개들에게 널찍한 사육 환경을 제공할 리는 없기 때문이다. 현재의 사육과 도살이 더 대규모로 공공연하게 일어나리는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소나 돼지의 공장식 사육도 반대하며 육식을 줄이자고 주장하는 판에 굳이 개고기 식용을 찬성할 필요가 있을까?
더 나아가 우리가 옛날처럼 개고기가 아니면 동물성 단백질을 공급받을 수 없는 시대도 아니다. 동물성 단백질이 부족한 북한이나 연변 지방에서 단고기라는 이름으로 개고기를 먹는 것까지는 이해할 수 있다고 치러라도, 고기가 넘치는 세상에서 굳이 개고기까지 먹을 이유가 있을까? 이런 이유를 종합해 볼 때, 어차피 합법화되어 있지 않은 개고기를 굳이 합법화하지 않는 것도 이 세상의 동물의 고통을 줄이는 한 가지 방법인 것이다.
20여 년 전쯤 논리학 강의를 하면서 개고기 식용을 주제로 토론 게시판을 운영한 적이 있다. 어떤 시민이 그 게시판을 보고 나를 만나러 온 적이 있다. 보신탕 집을 열려고 하는데 개고기를 먹는 것이 그렇게 비윤리적인지 토론하러 온 것이다. 그러나 개고기 논쟁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논쟁에 이렇게 열린 마음으로 참여하는 사람은 찾기 어렵다.
논쟁이 논리적인 싸움 끝에 해결되기보다 시간이 흐름에 따라 자연스럽게 해결된 경우가 꽤 있다. 30여 년 전만 해도 한글 전용 논쟁이 꽤 뜨거웠다. 지금 젊은 사람들은 그게 무슨 논쟁이냐고 궁금할 정도로 옛날 논쟁이 되었는데, 글자를 표기할 때 한글로만 쓸지 한자를 섞어 쓸지 하는 논쟁이다. 그러나 지금 한자 섞어 쓰기 주장을 하는 사람을 찾아보기 어렵다. 한자에 익숙한 세대가 역사에서 사라졌기 때문이다.
개고기 식용 논쟁도 그럴 가능성이 크다. 학교에서 학생들에게 개고기 식용 논쟁 중 어느 편을 드는지 물어보면 아직도 찬성 쪽이 많기는 하다. 그러나 찬성 쪽 편을 들면서도 막상 개고기는 먹는 학생이 찾기 어렵다. 자기는 안 먹지만 먹는 것 가지고 윤리 운운하는 게 마음에 들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보신탕 집이 계속 줄어들고 있다는 통계는 많이 알려지고 있다. 반려견을 기르는 사람은 꾸준히 늘고 있는데, 반려견을 품에 안고서 개고기를 파는 상인도 있다고는 하지만, 반려견을 기르는 사람은 아무래도 개고기를 안 먹을 뿐만 아니라 먹는 사람을 혐오하기까지 한다.
어쩌면 10년 정도만 지나도 개고기 논쟁은 한글 전용 논쟁처럼 역사 속의 논쟁이 될 가능성이 크다. 개고기에 익숙한 세대가 역사에서 점점 사라질 것이기 때문이다.
최훈 강원대 교수
(‘철학자의 식탁에서 고기가 사라진 이유’ 저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