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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만원에 팔려가는 삶” 리비아 인간시장 충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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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만원에 팔려가는 삶” 리비아 인간시장 충격

입력
2017.11.15 1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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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CNN 단독보도

유럽 가려던 아프리카 난민들

밀수꾼들에 붙들려 노예 전락

리비아에서 고무보트를 타고 지중해를 건너려던 이민자들이 시민단체의 구조를 기다리고 있다. AP 연합뉴스
리비아에서 고무보트를 타고 지중해를 건너려던 이민자들이 시민단체의 구조를 기다리고 있다. AP 연합뉴스

"900, 1000, 1,100…1,200디나르. 낙찰됐습니다."

리비아의 1천200디나르는 약 800달러, 우리 돈으로 90만원 정도다. 이 돈은 중고차나 부동산값이 아니다. 인간시장에서 거래된 두 남성의 '가격'이다.

14일(현지시간) 미국 CNN 방송이 리비아의 인간시장을 포착해 단독으로 보도했다. 방송은 20대로 추정되는 나이지리아 남성이 경매로 팔리는 영상을 입수한 뒤 사실을 확인하기 위해 지난달 리비아로 향했다. 취재진은 카메라를 숨긴 채 찾아간 트리폴리 외곽에서 10여명의 사람이 6∼7분 사이에 팔려나가는 현장을 포착했다.

"땅 파는 인간 필요한 사람 있습니까? 여기 아주 크고 힘센 사람이 있습니다. 이 사람이 땅을 팔 것입니다." 군복을 입은 경매인이 말하자 사람들이 여기저기서 손을 들고 값을 불렀고, '인간'은 새 주인에게로 넘겨졌다. 취재진은 경매가 끝난 뒤 팔린 남성 두 명을 만나 대화를 시도했지만, 이 남성들은 두려움에 떨며 좀처럼 입을 열지 못했다.

리비아에는 더 나은 삶을 찾아 유럽으로 가려는 아프리카 사람들이 몰리면서 난민 밀수가 횡행하고 있다. 매년 수 만명이 전 재산을 팔아 마련한 돈을 가지고 리비아 국경을 넘지만, 최근 리비아 당국의 단속이 심해지면서 바다로 나아가는 난민선이 확연히 줄었다. 결국 밀수꾼에게 돈과 몸을 맡긴 사람들은 배를 타지도 고향으로 돌아가지도 못한 채 노예로 전락한다.

취재진은 리비아 당국이 운영하는 트리폴리 난민 수용소에서도 노예로 팔려본 경험이 있는 사람들을 만날 수 있었다. 빅토리라는 21살 청년은 '유러피언 드림'을 꿈꾸며 리비아에 왔지만, 겨우 마련해 온 300만원 상당의 돈이 바닥난 뒤 밀수꾼들에게 붙잡혀 팔려나갔다. 밀수꾼들은 빅토리의 몸값은 빚을 갚는 데 쓴다며 한 푼도 주지 않았다. 그는 그 뒤에도 몇 차례나 거래됐다. 곧 나이지리아로 송환될 예정인 빅토리는 "밀수꾼들은 먹을 것도 주지 않은 채 때리고 학대했다"며 "여기 있는 사람들을 대부분에게서 맞은 자국이나 신체가 훼손된 흔적을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난민 수용소 감독관 아네스 알라자비는 "밀수꾼들에게 학대당했다는 이야기를 무척 많이 들었다"며 "마음이 아프다"고 말했다.

리비아 당국은 인간시장에 대한 조사를 시작하겠다고 밝혔다. 리비아 불법이민단속청의 나세르 하잠 중위는 노예 경매를 목격한 적은 없지만, 갱단과 같은 조직이 밀수에 연루돼있다는 사실을 인정했다. 하잠은 "그들은 난민선에 사람을 100명씩 채워 넣는다"면서 "돈만 받으면 난민들이 유럽까지 닿든 바다에 빠져 죽든 전혀 신경 쓰지 않는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유엔은 리비아 당국이 난민들을 붙잡아 수용소에 가두도록 지원하는 유럽연합(EU)의 정책을 비인간적이라고 비판했다. 자이드 라드 알 후세인 유엔 인권 최고대표는 "난민들이 격납고 같은 곳에 갇힌 채 생활에 필요한 물건도 받지 못한 채 존엄성을 박탈당하고 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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