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에만 1700만여점 적발
청소년 성인물에 무방비 노출
“폐쇄 시급” 청와대 청원까지
웹툰(인터넷 만화)을 보는 게 ‘유일한 낙’이라는 직장인 정모(33)씨는 매일 저녁이면 B사이트에 접속한다. 그는 “웹툰을 ‘공짜’로 퍼다 나르는 게 ‘불법’”이라는 건 잘 알고 있지만, “공짜로 보는 게 익숙해져 사서 보는 게 이젠 아깝다”고 털어놨다. 직장인 홍모(26)씨도 비슷하다. 일본에서 발행된 만화책을 불법으로 올리는 M사이트를 즐겨 찾는데, “(발행한 지) 하루만 지나면 바로 업로드 된다“고 엄지를 치켜세웠다. 홍씨는 “주변 친구들도 대부분 이렇게 만화를 봐 별다른 죄책감을 느끼지 않는다”고 했다.
만화 불법공유 사이트가 활개를 치고 있다. 정식 플랫폼에 게시된 유료 콘텐츠를 무단으로 캡처, 복사하거나 출판물을 스캔해 올리는 식. 업계에선 이런 사이트가 족히 수백 개는 넘을 것으로 추정한다. 한국저작권보호원에 따르면, 지난해 이런 식의 불법 유통으로 적발된 만화 콘텐츠는 1,735만여점, 전체 적발(2,913만여점)의 59.6%에 달한다. 청와대 홈페이지에는 ‘만화 불법공유 사이트를 폐쇄해달라’는 청원까지 올라왔고, 14일 현재 2만5,000명 이상이 동참할 정도로 공감을 얻고 있다.
작가 등 저작권자들은 “무료봉사를 하고 있는 꼴”이라고 토로한다. 웹툰 정보공유 사이트 ‘웹툰인사이트’는 올해 1월부터 10월까지 국내 최대 불법 공유 사이트인 B사이트 때문에 직간접적으로 발생한 피해를 약 1,456억원으로 추산했다. 사이트 관계자는 “웹툰보다 단가가 몇 배 높은 오프라인 연재물이 불법적으로 올려지는 M사이트는 그보다 피해가 심각해 1조원 이상 될 것“이라고 했다. 실제 M사이트에 10일 올라온 일본 인기만화 ‘원피스’는 불과 나흘 만에 조회수 22만 건을 넘겼다.
성인물의 무분별한 노출도 문제다. 특별한 가입ㆍ인증 절차가 필요 없어, 몇 번 클릭만으로 청소년들이 쉽게 성인 만화에 접근할 수 있다. 또 홈페이지에 게재된 광고물 상당수는 불법 도박, 성인 사이트다.
해결은 쉽지 않다. “상당수 사이트가 해외에 서버를 두고 있다”(문화체육관광부)는 이유가 가장 크다. “어렵게 사이트를 폐쇄해도 수 분 안에 복제사이트 생성이 가능해 실효성이 없다”(한국만화가협회)는 지적도 나온다. 문체부 관계자는 “청와대 청원글 등 여론을 인식하고 있다”면서도 “전체 게시물 70% 이상이 불법 게시물이어야 사이트를 폐지할 수 있는데 대체로 사이트 내 불법 게시물이 20~30% 정도라 사실상 폐지가 어렵다”고 밝혔다.
신은별 기자 ebshi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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