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약촌오거리 살인사건’피의자 무기징역 구형

전주지법 다음달 1일 선고

게티이미지

검찰은 17년 전 ‘익산 약촌오거리 택시기사 살인사건’의 진범으로 지목돼 1심에서 징역 15년을 선고 받은 김모(37)씨의 항소심에서 무기징역을 구형했다.

14일 오후 광주고법 전주 1형사부(황진구 부장) 심리로 열린 항소심 결심공판에서 검찰은“피고인은 피해자를 살해했고, 유족에겐 고통과 슬픔을 안겼다”며 “잘못을 뉘우치지 않고 납득할 수 없는 변명으로 일관한다”고 1심과 같은 무기징역을 구형했다.

이에 대해 김씨 측 변호인은 “피고인의 지문이 택시에서 나오지 않았고 흉기가 숨겨진 침대 매트리스에 피해자 혈흔이 나오지 않은 점, 직접적인 증거가 없는 점도 이 사건 공소사실이 합리적 의심 없이 피고인의 범행을 증명할 수 있다고 보기도 어렵다”며 무죄를 호소했다. 김씨도 최후진술을 통해 “이 사건의 진짜 범인들은 밖에서 활보하고 다니며 이 상황을 보면서 웃을 것”이라며 “살인범이란 누명을 써서 억울하고 1년 가까이 교도소에서 고통스러운 나날을 보내고 있다. 공평한 판결을 내려달라”고 말했다.

이날 재판에는 진범으로 징역 10년을 선고 받고 2010년 만기 출소한 후 16년 만에 살인 누명을 벗은 최모(33)씨가 증인으로 출석했다. 김씨와 최씨는 재판과정 3시간 동안 눈 한 번 마주치지 않았다.

강도살인 혐의로 기소된 김씨는 지난 5월 열린 1심 선고공판에서 징역 15년을 선고 받자 무죄를 주장하며 항소했다. 김씨는 2000년 8월 10일 오전 2시쯤 익산 약촌오거리에서 택시 뒷좌석에 타 금품을 빼앗는 과정에서 택시기사 유모(당시 42)씨를 흉기로 12차례 찔러 숨지게 한 혐의로 기소됐다.

당시 김씨는 용의자로 지목됐지만 2003년 물증 부족과 진술 번복 등을 이유로 기소되지 않았다. 하지만 김씨는 지난해 11월 광주고법 제1형사부가 최씨에 대한 재심에서‘무죄 판결’한 이후 경기도에서 체포됐다. 김씨는 줄곧 “살인을 한 적이 없고 2003년 경찰 조사 때 인정한 살인 관련 내용은 부모의 관심을 끌려고 꾸민 이야기”라며 혐의를 부인해왔다.

김씨의 항소 선고공판은 다음달 1일 같은 곳에서 열린다.

하태민 기자 hamong@hankookilbo.com